얼마 전 인류의 바둑 대표 선수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에 세계의 이목이 서울의 한 호텔 경기장에 집중됐다. 알파고는 세계의 많은 바둑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내리 3승을 가져가 우승했다.
알파고는 ‘딥 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스스로 학습한 결과였으며 인간이 평생 못할 양 기보16만개를 5주 만에 소화했다고 한다. 과거 체스(IBM ‘딥블루’, 1997)와 퀴즈쇼(IBM ‘왓슨’, 2011)에서 인간을 상대로 승리했던 때보다 훨씬 더 진화했음을 입증했다.
앞으로 이러한 AI의 고도 진화가 가져오게 될 시대 변화로 건축사라는 직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건축사의 미래에 당혹감과 두려움이 함께한다.
세계 석학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전망을 살펴보면, ‘제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열린 제46차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2016.1)에선 인공지능(AI)과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3D프린팅, 바이오기술 등으로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일자리 51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 컴퓨터 공학 수석 과학자들은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회의에서 인공 지능이 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독일의 인공지능 연구소 덴켈교수는 “산업현장에서 빅데이터를 쉼 없이 분석하고 반복 학습하는 AI에 의한 전문직 대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라고 했다.
AI는 인간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 분야에도 이미 진입하고 있다. AI가 쓴 단편소설 “컴퓨터가 소설 쓰는 날”이 있으며, 구글AI 딥드림의 개발자인 헤럴드코헨은 “AI아론은 혼자서 창의적인 작품을 완성하는데 성공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 직관 등에 의한 직무분야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UN 미래 보고서에서도 인간을 직접 대면하거나 감성, 창의성, 직관이 개입해야 하는 업무는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건축 설계분야에서도 관련 학문 간 융합으로 인공지능기법을 이용 건축설계방법의 연구가 급물살을 탈것으로 보인다. 건축디자인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인지심리학의 연구와 인공지능의 문제해결방법을 이용한 건축디자인방법 등 관련 분야 연구가 활발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산업혁명은 단순 반복 물리적인 노동을 기계화했다. 그리하여 고도의 지적 판단이 요구되는 전문직이 각광 받은 시대였고 AI시대는 많은 정보와 지식을 기억하고 종합해 고도의 지적판단을 주로 하는 전문 직종보다는, 창의적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직업이 각광 받을 것
이다.
AI는 사람에 의해 프로그램화된 지능, 즉 인간에 의해 학습된 지능으로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 직관력은 인간을 넘을 수 없을 것이다. 건축사의 업무 중 일부는 AI가 수행할 수 있으며 인간을 흉내낼 수는 있겠으나 건축디자인 분야와 같은 인간의 창의력과 감성, 직관력 분야는 인간의 영역으로 남지 않을까 한다.
그렇지만 업무의 효율화와 빅데이터처리 등을 위해 AI시대의 건축사는 컴퓨터에 종속되지 않고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고 컴퓨터와 소통할 수 있는 컴퓨터적 언어와 사고방식을 익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의 진화 발전과 함께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고 제어해야 하는지 올바른 가치판단을 해야 할 인성 및 윤리교육의 중요성이 대두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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