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나이 50을 지천명(知天命)이라 하며 하늘의 뜻을 알았던 나이였다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다. 우리 협회 또한 이제 창립 50주년을 지나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었다. 중요한 일을 순차적으로 해결하는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 시작점이기도 한데, 사실 공자가 말한 지천명(知天命)이란 뜻은 하늘의 뜻을 알았던 나이이기도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지 않나 생각해 볼 수 있다.
건축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지난 시절의 실패를 경험삼아 회원의 뜻을 알고 건축사로서의 자존심을 되찾고 건축사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반을 협회가 조성해야 한다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일 것이다.
우리는 지난 50여 년간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해왔다. 전쟁 이후 황폐해진 국토건설의 선봉장으로서 그리고 문화예술 창조자로서 사회 발전의 큰 축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으며, 경기 호황(好況)속에 개인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또한 건축 수련자로서 희망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언젠가 다가올 현실에 대비하며, 열심히 도제(徒弟)식 수련을 쌓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날 우리가 50년 뒤 오늘 이루고자 했던 소박하지만 간절했던 일들은 패러다임의 변화와 무한 자유경쟁이란 시대적 변화에 꺾이고 상처를 입었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 시대적 상황에만 편승하여 교만하게 행동한 결과일 수도 있고, 의·식·주의 한 축인 건축이 계속 발전하며 잘 되겠지라는 낙관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협회라는 울타리 안에 모인 회원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이다.
건축사협회가 미래에 대한 계획과 준비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는지, 회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면서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지’라며 현실을 위로하곤 한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위로 방법은 ‘잘 될 때도 있고, 배울 때도 있지’라고 생각을 붙잡는다고 한다. 지난 시절의 시행착오는 배움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고, 다시 닥쳐올 어려움에 대비하는 훌륭한 자세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건축사협회 50년은 회원이 자신의 철학이 담긴 건축물을 남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사회에서 존경받고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도시건축문화 창조자로서 우뚝 설 수 있기
를 희망한다.
협회는 회원 간에 반목이 있다면, 소통하고 통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개인의 욕심이 전체를 위태롭게 한다면, 공동의 이득을 위해 윤리적으로 단호하고 강력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회원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장·단기적 법 개정을 준비하고, 또 준비해야 할 것이다. 협회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플랫폼이(2016 다보스포럼 -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며,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기술기반의 플랫폼 발전으로 공유경제가 대안이라고 함.) 되어 회원이 협회를 신뢰하고, 모일 수 있게끔 윤리적으로 무장하고, 회원의 힘으로 대한민국의 건축을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새로 시작되는 50년, 이제 우리는 공자의 말처럼 그때 ‘하늘(회원)의 뜻을 알았다’라고 협회 창립 100년 되는 해에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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