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의 대의원 경력으로 총회에 참여했던 경험과 울산광역시건축사회 회장으로 취임하여 시․도 건축사회장 회의, 워크샵 등을 통해 우리 협회 업무에 참여하면서 지켜보고 겪어본 느낌 두 가지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싶다.

첫 번째는 현재의 대의원제도가 전체 회원을 대변할 수 있는지가 의문스럽다.

우리 협회 정관에는 회원 20인마다 1인의 비율로 선출하도록 되어 있는 대의원이외에도 본 협회 전직 회장과 현직 임원을 비롯해 시도 건축사회장을 별도의 당연직 대의원으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번 선출된 당연직 대의원은 임기가 만료된 이후에도 시도건축사회 총회에서 교체하기가 어렵다보니 일부 대의원의 경우에는 대의원 직을 수십 년째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해가 갈수록 우리 회원들의 평균연령은 젊어지고 욕구는 다양해지는데 반해 현재의 대의원제도 아래에서는 시대적 변화를 쉽게 따라가지 못하고 회원 전체의 뜻을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일부 당연직 대의원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에서 오는 문제 또한 심각하다.

설문결과 회원 대다수가 찬성했던 건축단체통합이 이번 정기총회에서 부결된 것이 가장 좋은 예가 아니겠는가? 이번 정기총회에서 회원을 대변해야 하는 대의원들은 회원의 뜻과는 다른 결정을 내렸으며, 협회의 중요한 문제가 몇몇 소수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이 회원들로 하여금 협회를 불신하게 만들고 협회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한다고 생각된다.

이번 기회에 회원 구성원들의 의견을 고르게 반영하기 위해 대의원 연임의 횟수를 제한하고, 연령대별 인원 할당제를 두게 하는 등 다수 회원이 참여하는 조직으로 바꿀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두 번째로 협회의 대국민 홍보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 국민들 중 ‘건축사’라는 용어를 제대로 알고 무슨 일을 하는 직업군인지 아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 동안 대한건축사협회는 대한건축사협회대로 전국의 시․도 건축사회에서는 시․도 건축사회 대로 대국민 홍보를 위해 많은 사업을 시행했고 적지 않은 시간과 예산도 투입해 왔다.

그런데도 국민들의 의식 속에 변호사, 의사, 약사와 같이 명확한 직업군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며, 설령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건축설계사’ 라는 용어로 통칭되고 있으며 전문가로서의 위상은 저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건축사들은 전문가라는 스스로의 자부심 아래에 스스로를 고립시켜 왔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시행하고 있는 ‘한국건축산업대전’은 우리끼리만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우리끼리만 상을 주고 전시하고 있다. 또한 ‘건축사지’란 잡지도,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이란 신문도 우리끼리만 읽고 있다. 시․도 건축사회에서 주관하는 홍보사업이나 행사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홍보사업이 ‘우리들만의 잔치’가 되고 있으니 일반국민들에게 우리를 알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차라리 모든 홍보사업비를 모아 TV 광고를 하는 게 차라리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협회는 이제 우리 스스로를 홍보하기 위해서 대중성을 지닌 스타 건축사를 키울 수 있도록,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상징할 수 있는 건축물이 건립될 수 있도록, 거기에 우리 건축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여야 한다. 우리만의 잔치가 아닌 모든 국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건축문화 축제를 발굴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전시적 사업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들 속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건축사라는 직업군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도심을 떠나 한적한 교외에 전원주택건립이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 건축사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지역별로 뜻이 있는 건축사들을 모아 파주 헤이리 예술인 마을 같은 ‘건축사 마을’을 조성하여 일반인들에게 외부는 물론 내부까지 공개를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건축사에 대한 홍보뿐만 아니라 훌륭한 모델 하우스 역할로 업무 수주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이제 우리 협회는 고객인 국민과 주인인 회원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여야 할 것이며,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구하여 신뢰받는 협회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으로 협회가, 우리 건축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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