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상생의 길!
개인이 아닌 협회와 함께 역할을 찾아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올해초 대한건축사협회에서 건축사 합격자 자격증 수여식 참석요청을 받았다. 합격자가 많아 수여식이 오전, 오후로 나뉘어 진행됐다. 오후에 합격자 400여명에게 자격증을 수여하는데 동참했다. 평생을 통틀어 이렇게 짧은 시간에 모두에게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악수를 건넨 것은 처음이며 또 이처럼 팔이 저려올 만큼 많은 사람과 악수를 한 것도 처음이다.
그리고 그들을 볼 때 문득 20년 전 필자의 자격증 수여식을 잠시 떠올리게 된다. 이들도 이제 시험이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왔구나 하며 마음속으로 더더욱 축하해줬다. 이들도 마음은 한결 가뿐해졌겠지만, 20년 전 합격 당시 필자와 같은 생각일까?
우리 건축사 시험은 다른 시험과 달리 실무경력이 주어진 다음 응시할 수 있어 대부분 가정을 꾸려 가장으로서 직장생활을 하며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시험이다. 이제 일부는 건축사로 개업을 하겠지만 이 많은 분들이 어떻게 생업을 유지할까하는 걱정이 먼저 든다. 나와 함께 취득한 동기들은 합격의 기쁨도 잠시 IMF라는 생소한 용어의 경제위기를 맞아 파산한 친구도 있고, 또 인동초처럼 살아 힘들게 극복한 이도 있다.
그러나 현재 또다시 IMF보다 더 힘든 경제 위기가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7개의 시·도 회장단 회의 때 회장님들께서 울산은 좋겠다고 말한다. “부자도시 울산이라 힘들지 않을 것 같다”고 하지만 나는 정말 힘에 겹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의 울산은 조선·화학·자동차산업의 불경기로 인해 건축경기 또한 함께 위축 된지가 오래다. 언론에서는 산업의 수준이 우리나라와 중국의 기술력 차이가 4개월이라고 전한다. 또한 제품의 품질과 가격이 한·중·일 격차가 없어진 것 같아 우리의 제품이 수출되지 못하고 있다고 울산의 기업인들은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필자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걱정이 앞선다. 필자의 여식 둘은 건축을 전공했고, 둘째는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이다. 그리고 이 많은 건축사들은 어떻게 살아갈지 앞날이 걱정된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인원수에 따른 경쟁적 분배원칙대로 먹고 살아야겠지만...
얼마 전 언론에 세계 100대 설계회사에 우리나라 이름 있는 대형 건축사사무소의 이름이 올라 있어서 우리나라 건축의 위상을 높여 반가웠으나 필자처럼 작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사에게는 실익은 전혀 없을 것 같다. 그럼 앞으로 대부분의 작은 건축사사무소의 건축사나 직원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먼저 건축사가 된 기성 건축사들은 건축이 건설을 선도하지 못하고 그 하위분야로 전락시킨 책임을 각성하고 이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협회와 기성 건축사들의 역할을 찾아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하겠다. 우리는 개인만을 생각했기 때문에 건축의 전반이 무너질 때까지도 대응하지 못했으며 지금도 그런 흐름은 우리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있다.
인·허가만을 위한 설계도면 생산과 절차적 감리 행위를 벗어나 건축이 서비스 산업으로 탈바꿈 한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 할 수 있는 생각과 표현력을 상품화할 수 있다면 우리 건축사는 함께 상생(相生)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