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 : 2,014.93㎡(약 610평), 건수 : 3.37건, 매출액: 5,000만원 미만

대전광역시건축사회의 335명 회원이 2009년도 1년간 수행한 건축사 1인당 평균 설계용역 실적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신고건과 역외(域外)에서 수행한 실적 등을 충분히 감안한 수치다. 대형 프로젝트 몇 건을 제외하면 결과는 또 달라진다.

참담한 수치이다. 그러나 현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통계가 지난 1년만의 지표가 아니고 근래 몇 년간 계속 하락 내지는 제자리걸음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더 심각한 것은 개선의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희망을 노래하여야 할 초봄에 우울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건축사와 협회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함이다.

대한건축사협회는 1965년 창립 이래 본부의 5실 14팀과 15개 상설위원회, 전국의 16개 시도건축사회와 8,000여 회원을 아우르는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하였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협회는 소속 회원의 권익신장을 위하여 많은 공헌을 하였다.

그러나 1997년의 IMF구제금융사태 직전을 정점으로 브레이크 없는 내리막길을 달려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IMF구제금융사태 이후 가장 쇠락한 직종이 건축사라는 조사결과가 보도된 적이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조직이나 개인이나 그 위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가 경제적 능력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시기적으로 어려운 만큼 협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절실하다.

지난 한 해 우리는 우리의 주변 환경이 감내하기 힘들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거대자본이 설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고, 지방 중소도시 건축사의 주 수입원인 건축신고 업무의 일부분이 우리의 손을 떠나는 등 적지 않은 아픔을 감수하여야 했다. 구조설계․감리․기계설계․조경설계 등 우리의 업역(業域)을 잠식하려는 주변 단체의 집요한 시도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협회는 건축사의 업역확장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공공디자인, 리모델링, 유지관리를 비롯한 건축물생애관리, 건축물 매매 및 임대차 시의 조사검사 업무 등 참여 가능한 분야가 적지 않음에도 우리의 요구와 시도가 관철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전성기의 협회라면 쉽게 갈 수도 있었으련만...

지난날 영광의 시기에 더 많은 업역을 확장시켜 놓았더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선진국의 예를 보더라도 국민소득 1만불을 넘어서면서 신축에 의존하는 건축경기는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행(?)히도 우리는 30년도 채 되지 않은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일이 반복되어 2만불 시대까지는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 본격적인 험로가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가는 100년을, 정치가는 10년을, 언론인은 1년 앞을 내다볼 수 있으면 성공한다 하였다. 그렇다면 협회는? 어느 조직이나 지도자 한사람이 조직의 미래를 좌우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전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기는 지도자다. 현실이 지나치게 순탄하고 화려하면 미래를 대비하려는 본능을 잃는다더니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협회가 현실에 도취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시장원리에 맡겨진 오늘의 현실이 어렵다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어느 정도 당연하다 할 수도 있다. 그동안 건축사에게 너무 많은 권한과 특혜를 주어 왔을 뿐이다. 단지 온상에서 바깥세상으로 나온 지 꽤 되었건만 아직도 실내의 따뜻한 추억에 젖어 바깥세상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년간 협회의 최대화두는 3단체 통합에 있었던 듯하다. 이에 근원적으로 반대하는 회원은 그리 많지 않음이 설문조사 결과 입증되었다. 언젠가는 이뤄야 할 중대사다. 그러나 그것에만 매달려서는 곤란하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측,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의견에 모두 나름의 근거와 일리가 있다. 서로 배척하고 폄훼할 사항이 아닌, 함께 고민하고 개선하여야 할 일이다. 3단체 통합 건은 정기총회에 상정된다. 결국 회원의 뜻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결과에 관계없이 이제는 민생에 전력을 다 할 때다.

대한건축사협회는 이익단체다.

회원의 생존권 보호가 존재이유이며 최상위 개념이다.

소모적 논쟁의 피해자는 언제나 회원이다.

회원이 협회를 걱정하기보다는 협회가 회원을 걱정할 때만이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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