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행사 참석한
선배의 눈길 속
협회 역사가 깃들어
역사가 힘을 갖는 까닭은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가 과거”이기 때문

1964년 4월 하순, 구협(協舊)의 김순하 회장은 건축사법에 의한 협회 설립 발기인회 구성을 위한 모임을 가졌고, 7월 6일 총무· 운영·재정의 3개분과위원회로 발기인회를 발족하였다. 회장 외 김재철, 장기인, 차경순, 강봉진, 송민구, 한창진, 박춘명, 안인모, 김종식, 배기영이 위원이 되었다. 이들은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조선건축사협회를 창립하고 1955년 대한건축사협회로 명칭을 바꾼 이래 활동을 계속해 오던 분들 중 건축사법에 의해 건축사사무소를 개설운영하는 건축사로 구성되었다. 따라서 협회의 연원은 70년으로 볼 수 있다.
위원회는 안인모가 정관 초안을 작성하고, 투표에 의해 대한건축사협회란 이름을 확정하는 등 3개월간 11차의 회의를 가지면서 제비용을 자비로 충당하였다. 이들은 창립총회 날짜에 대하여도 고민을 하였다. 당시 교통사정은 지금과 달라, 가장 빠른 기차가 다니는 서울, 부산도 당일치기가 어렵던 시절인데다, 5개년경제개발계획의 순항으로 건축사의 업무는 바빴기 때문에 공휴일인 UN day 전날을 택하였다. 그리하여 1965년 10월23일 건설회관에 모인 128명의 건축사는 대한건축사협회를 창립하고 김순하를 초대회장에 선임하였다.
선배들은 창립초기부터 회원과 국민을 위한 수많은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이의 관철을 위해 진력하였다. 무자격자가 시공할 수 있는 건축법 5조의 폐기부터 행정부의 건축직은 건축사로 하라는 주장이 창립 이듬해부터 터져 나왔다. 또 표절과 현상비리 등 건축계의 혼란이 ‘철학의 빈곤’과 ‘건축사의 창작 태도에 근원적 철학이 뒷받침하고 있는지’를 자성하고, 지금도 불이 꺼지지 않은 ‘건축사와 건축가’에 대한 명쾌한 논거도 제시하고 있다.
지난 10월23일 오후 6시, 대한건축사협회 강당에는 건축계의 수장들과 주무부처의 차관 그리고 협회의 이사, 시도 및 지역회장들이 모여 대한건축사협회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 평소 볼 수 없었던 열두 분의 노장들이 현역이사들의 에스코트로 단상에 자리하였고, 회장은 공로메달과 배지 등을 증정하였으며, 모든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창립발기인 중 한 분인 박춘명을 비롯한 19명의 현역 창립회원 중에서 참석한 분들이었다. 92세 고령으로 참석한 선배의 형형한 눈길 속에는 협회의 역사가 깃들어 있었다. 뿌리 없는 나무는 없다. 반세기를 협회와 함께한 이분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역사가 강력한 힘을 갖는 까닭은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가 과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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