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그의 현대가 있다’
역사의 인식은 상대적
대한건축사협회만의
역사 인식이 필요

 

소설가 이문열이 대한건축사협회 50주년 기념식의 특별강연 무대에 섰다. 특강의 주제는 ‘새로운 현대는 언제 오는가’. 대한건축사협회 50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50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의미 있는 주제의 강연이었다.
이문열 작가는 경북 영양 출생으로 서울대 국어교육학과를 중퇴하고 1977년 소설「자자레를 나십니까」로 데뷔하여 「젊은날의 초상」, 「황제를 위하여」, 「영웅 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삼국지 평역」등 숱한 베스트셀러를 남겼다. 그는 이 시대의 문제나 아픔, 시대상을 작품에 담아 현대 한국문학의 큰 나무로 평가받는다. 또 사회적 이슈에 대해 늘 그만의 시각을 직설적으로 제시하며 한국 사회의 지식인으로서 사명을 다하고 있다.

◆폴 존슨의 현대론
이날 기념식에서 작가는 ‘현대’의 개념과 왜 ‘새로운 현대’라는 시점을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영국의 역사가 폴 존슨(Paul Johnson)의 ‘현대론’을 제시하며 “폴 존슨은 현대의 시작을 1919년 5월 19일로 본다. 그날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날이라고 한다.
얼른 생각하면 상대성 원리를 거론했으니 이 사람은 과학적으로 시대를 구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시대를 구분한 것은 과학이 아니라 그 후 상대성이란 말이 통속적으로 쓰이고 과학을 넘어 인문학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도덕적 상대주의란 말이 생겨났다.
선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통하는 절대적인 게 아니고 누구의 진리, 누구의 선이라고 했다. 도덕이 상대성을 갖게 되는 시기를 폴 존손은 현대라고 봤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역사 인식에도 영향을 미쳐 “누구에게나 그의 현대, 그의 현대가 시작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 정보화 시대는 현대를 나누는 중요한 변곡점
작가 자신은 오랜 고민 끝에 현대를 나누는 기준을 ‘정보화 시대’가 시작하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역사학자들이 인류의 문화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한 것을 얘기한다. 이전에 모든 지식과 정보가 확대되는 것이 물리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에 권력층의 소수만이 정보를 움켜질 수 있었다.
하지만 금속활자의 발명으로 정보가 확산되고 문화가 더욱 융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엘빈 토플러가 말하는 ‘제3의 물결’ 속에 살고 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에 비교가 안 되는 정보의 혁명 속에서 소통의 방식 자체가 변경되었다”며 “공유되고 확산되는 정보 속에서 우리는 이제 올바른 정보를 취하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새로운 현대를 맞이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대한건축사협회의 새로운 현대 준비해야
이문열 작가는 “우리의 역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기인 지난 50년을 함께해온 대한건축사협회가 역사 속 일부가 아니라 대한건축사협회만의 역사 인식으로 새로운 현대를 만들고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며 “그 현대의 시작을 정하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맡긴다”는 강연으로 대한건축사협회 50주년의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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