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건축…'소통'만이 최선"

▲ 이홍식 건축사

집짓는 과정에서 좋은 집이 완성되려면 설계, 감리, 시공, 사용검사까지 많은 전문가의 참여와 역할과 책임이 따르고 참여하는 전문가는 건축주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호흡을 맞춰야 한다. 건축은 음악으로 표현하자면 앙상블이다. 건축주는 작사자, 건축사는 작곡가, 시공자는 연주자라 할 수 있다. 소리가 나오기까지는 작곡가는 가사의 내용과 의미를 잘 해석하고 작사의도에 맞는 곡으로 오선지에 악보를 그려나간다. 연주자는 이 악보를 보고 지휘자에 의해 각자 맡은 연주를 해야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보통 집 짓는 과정에서 참여하는 전문가와 건축주는 처음 만나서 집을 설계하는 단계만 해도 가깝지만 공사를 진행하면서 점점 멀 어지고 입주하면 등을 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축 자체가 정답이 없는 데다 집을 짓다보면 예산 문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변수가 워낙 많아서 건축주와 전문 가 사이가 틀어지는 것이다.

건축과정에서 기술적인 내용만큼 중점을 두는 부분은 인문학적 소통의 문제다. 실제로 건축현장에서 대두되는 문제는 건축주와 전문가 사이에 신뢰 부족으로 인한 불신과 갈등이다. 그 결과, 오랜 기간 계획하고 준비한 끝에 건축물이 완공되었지만 건축주는 살아가는 내내 집과 관련 하여 불편한 마음과 현실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소통 부족으로 인한 불신 때문이다. 애초 좋은 취지로 만나 생애에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일을 하는 파트너와 예기치 않은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소통부재로 인한 이해부족 때문이다. 수많은 건축 과정에서 이러한 현상을 목격하고 경험에서 얻은 건축주와 평생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소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모든 건축 과정에서 충분한 대화를 통해 진정한 소통 관계가 형성된 후 건축주와 건축주 가족의 집에 대한 취향과 니즈를 기반으로 각자의 업무영역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소통은 건축주와 전문가가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가운데 수용의 대화를 나눌 때 가능한 것이다. 충분한 소통이 이뤄진 건축 과정에서는 건축을 매개로 만난 건축주와 전문가 모두가 처음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평생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소통하는 관계라면 건축주가 평생 집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유지보수를 집의 히스토리를 잘 알고 있는 애초 설계&시공자가 책임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어쩌면 행복한 삶의 기본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집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의 기반이 되는 행복한 삶터의 기초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요즘 건축의 핵심주제는 소통속의 에너지절감형 집짓기의 실행방법이 되는 녹색 건축디자인과 시공기술이다. 여기서 소통은 단지 인간과 인간의 소통을 넘어서 인간과 자연의 소통도 함께 이뤄지는 생태 소통을 말한다. 생태소통은 대지가 위치하는 땅의 역사 문화적 배경, 지리적 환경, 자연적 환경을 이해하는 가운데 집 안에 서 자연을 보고 그 숨결을 호흡할 수 있는 자연의 집을 짓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흔히들 사람들은 집짓기를 논하면서 기술적 측면만을 중요시하고 문화적인 부문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그러나 실제 건축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는 문화적 이해와 진정한 소통의 결과로 도출되는 수용이다. 건축에서는 기술의 중요성이 30%라면 문화적 이해와 소통이 70%의 중요성을 차지한다. 기술은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라면 누구나 습득할 수 있는 콘텐츠이지만, 소통과 이해는 전문가적 자신감 이전에 사람에 대한 이해와 책임감이 수반되어야 하는 감성적, 문화적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건축과 정에서 우리 건축사는 반드시 소통을 통해 건축주의 니즈와 재정적 현황을 이해하는 기반 위에 현장의 한계와 실행의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건축주 가 살아가는 동안 새로운 집이 주는 생활, 문화적 가치를 획득하는 가운데 더욱 발 전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매개 체가 되는 건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 리는 우리의 작품보다는 사용자에게 행복 을 주는 소통중심의 건축을 해야한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