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태 시집 “한옥, 詩로 짓다”
시와소금시인선030 “한옥, 詩로 짓다”/시와 소금/12,000원

 

우종태(건축사사무소 정호원)건축사가 “한옥, 詩로 짓다”란 처녀시집을 내고, 시인이 되었다. 제목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시집에 수록된 시 70 여 편 모두가 한옥에 관한 시이다. 한옥만 가지고 한권의 시집을 낼 수 있다는 것에 놀라고 감격한다.

그동안 한옥은 양옥과 아파트에 밀려 겨울에는 춥고, 기밀성도 없으며, 공간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는 단점만 부각되어 홀대 받아왔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장점이 부각되고 정부의 진흥책과 건축계의 부단한 노력에 힘입어 개량한옥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시인의 시집은 한옥진흥에 일조를 하리라 믿는다.

우종태는 벽장으로 쓰기 위해 외벽 추녀 밑에 달아낸 ‘개흘레’, 문의 부속품인 ‘문고리’, 장판을 바른 후 마감하는 ‘콩댐’ 등을 시제로 썼다. 한국건축사를 수강한 건축사들조차 생경한 한옥의 구석구석을 소재로 삼은 것이다.

“목수의 손금에는 생식기를 만드는 법칙이 새겨져 있다 / 숭어턱 메뚜기턱 반턱 연귀턱으로 / 날만 새면 생식기의 밑구멍을 쳐다보고 / 그들을 끼워 맞추는데 해가 저문다 / 짝짓기로 천년을 살게 하는 솜씨가 목수의 손이다.”

한옥의 구체에는 못을 쓰지 않고 장부와 촉을 가지고 부재를 끼워 맞춘다. 그렇기에 지진에도 강하며 천년을 버티고 있다. 이러한 목수의 맞춤기법에 의한 집짓기를 생식기제조사로 만든 ‘짜임의 법칙’이란 이 시는 발군이다.

이 같은 시는 전문지식과 많은 현장 경험이 없으면 쓸 수 없는 시이다. 평자(評者)는 지금 ‘한옥과 함께 하는 시로 지은 집’이란 책을 집필 중으로, 덕분에 책 내용도 한결 풍성해질 것 같다.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는 “위대한 건축가는 반드시 위대한 시인이 되어야 한다”고 건축과 시의 상관가치를 동일 선상에 두었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는 언어를 '존재의 집'으로 규정하였다. 그렇다면 언어를 정제하고 연단한 결정체로서 시는 ‘보석 같이 단단하고 귀한 집’일 것이다.

우 건축사가 만드는 건축이나 시의 세계가 모두 ‘보석 같이 단단하고 귀한 집’으로 세상에 남기 위해 더 큰 정진을 기대하며, 건축사 제현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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