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高宗)은 1894년, 서양식 근대국가로 탈바꿈하는 갑오경장(甲午更張)을 실시하였다. 실로 208건에 달하는 개혁조치를 단행하였다. 그러나 백성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 대한제국은 새로운 법을 믿도록 하기 위하여 한양의 서대문에서 동대문으로 나무를 옮기면 1냥 씩 주겠다고 공포했다. 약속은 지켜졌다. 이것은 진나라 상앙(商鞅)의 ‘이목지신(移木之信)’을 본 딴 것이다.

상앙은 재상이 되어 법령을 선포하기 전에 함양의 남문에 나무를 세우고, 누구든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십금(十金)을 준다는 방을 붙였다. 하지만 미심쩍은 백성들은 아무도 옮기려하지 않았다. 상앙은 다시 방을 붙이고, 상금을 사십금으로 올렸다. 그때 누군가 나무를 옮겼고 약속은 지켜졌다. 이로서 백성은 국가를 믿게 되었고 5패7웅 중 가장 약한 진나라는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룰 수 있었다.

춘추․전국 시대의 제후국들은 경쟁적으로 부국강병을 추진하였고, 이에 따라 제자백가들은 제각기 이상적인 정치사상을 제시하였다. 이들 중 가장 두드려진 학파는 유가, 법가, 도가였다. 공자 맹자로 이어지는 유가는 인과 예에 바탕을 둔 도덕 정치를 주장하였고, 상앙과 한비자의 법가는 형법(刑法)·가족법·토지법 등을 개혁하여 엄격한 법치주의를 국본으로 삼았다.

그러나 상앙과 한비자는 법치주의자이면서도 상이한 면이 있었다. 상앙은 태자의 잘못도 법에 따라야한다는 주장으로, 결국 그 태자가 왕위를 이어받자 처참한 죽음을 당하였다. 한비자도 친구 이사의 질투로 죽음을 당하지만, 법의 집행에 있어 접근방법이 달랐다. 그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시간과 공을 들이며,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말라고 하였다.

한 달 전 문화체육관광부는 ‘2015젊은건축가상’의 수상작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그 속에는 건축사법을 어긴 무자격자가 두 명이나 있었다. 정부가 스스로 만든 법을 어긴 것이다. 그뿐 아니라 수상자들은 대한건축사협회 회원이 아니면서 ‘KIRA’라는 협회영문 이니셜을 자신들의 사무소 홈페이지에 넣고 있었다 한다. 이는 윤리 도덕은 물론 사기에 해당된다. 이런 자들을 선정한 단체는 새건협과 가협회 그리고 여성건축가협회이라 한다. 새건협은 건축사의 모임이다. 스스로를 모독한 셈이다.

위법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 외에 근본적으로 문체부에 대한 협회의 장기적 대응이 필요하다. 한비자가 생각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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