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발주사업이 업무대가기준 적용과 더불어
설계·감리를 분리 발주하는 것처럼
민간발주사업도 업무대가기준을 두고
설계·감리 분리를 제도화해야 품질 보장

 

‘건축사의 건전한 육성과 설계 및 공사감리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건축사의 업무에 대하여 적절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1.국가 2.지방자치단체 3.「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건축사법 제19조의3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 및 대가기준’ 제1항의 내용이다. 건축사의 건전한 육성과 설계 및 공사감리의 품질을 보장이라는 가슴 벅차게 시작된 문구는 말미에 건축사 업무에 대한 적절한 대가 지급이 강제성이 아닌 ‘노력’이라는 선택적 문구와 해당 사업은 공공에 국한된 것으로 아쉬움을 남기며 맺는다. 그 아쉬움은 일련의 건축물 붕괴사고로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그 책임의 중심에 감리건축사가 희생양으로 우선적으로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공공발주사업이 아닌 민간발주사업에서는 왜 건축사가 건전하게 육성되지 못하고, 건축사의 설계·감리는 왜 품질보장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건축은 국민의 재산이자 삶의 터전이기에 안전하게 조성되어야 함은 물론 공공재로서 공공성 구현과 확보를 위해 전문가로서 건축사의 막중한 책임과 사명감을 요구한다. 그런데 책임과 사명감은 강조만 할 뿐 국가와 사회는 막상 그러한 일을 수행하는 건축사 업무에 대해 전문가로서의 대우와 제값을 주는 데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러다보니 건축사 업무대가 적용마저 발주자가 누구냐에 따라 공공성은 선택적으로 적용되어 민간발주 건축물 업무대가는 수요와 공급 원리의 가격경쟁 와중에 터무니없는 낮은 대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민간시장 대부분의 감리업무는 설계용역을 맡기 위해 하는 수 없이 부수적으로 맡아야만 하는 무상 서비스업무로 전락해 버려진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제값 받지 못한 업무대가는 부실의 그림자가 늘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건축물 붕괴사고가 날 때마다 사고원인으로 부실 설계·감리와 전문가 의식부족을 꼽으면서도 제값 받지 못하고 있는 부실용역비를 일컫는 소리는 전혀 없다. 오히려 대책 마련이랍시고 구조기술사의 협력을 받는 범위를 확대하거나 심지어 1,000㎡ 이상의 준다중이용건축물은 건설기술용역업자에게까지도 감리를 허용하게 하려는 등 엉뚱한 방향에서 찾으려하니 답답할 뿐이다.

설계·감리 부실방지와 품질보장을 위해 공공발주사업이 업무대가기준 적용과 더불어 설계·감리를 분리 발주하는 것처럼 민간발주사업도 업무대가기준을 두고 설계·감리 분리를 제도화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건축기본법은 건축정책의 기본방향으로서 건축의 공공성 확보와 구현을 제시하고 있다. 건축사법에 묻는다. 공공발주가 아닌 민간발주사업은 시장경제논리,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경쟁으로 정해진 건축사 업무대가가 적절한 대가에 못 미친다면 공공성은 무시되어도 좋다는 것인지, 공공발주가 아닌 민간발주사업은 건축사의 건전한 육성과 건축설계·감리의 품질보장에서 제외되어도 좋다는 것인지.

건축물이 적어도 ‘공공재’라면 공공발주든 민간발주든 차별 없이 이를 구현하는 건축사의 업무대가가 시장경제논리에 의해 가격경쟁의 구도에 놓이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건축사의 업무범위 및 대가기준은 공공발주사업에 국한되어 적용되는 것이 아닌 모든 발주사업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더불어 공공발주사업 뿐만 아니라 민간발주사업까지도 설계와 감리 분리를 제도화함으로써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

“건축은 국민 재산의 2/3이며, 국민은 70% 이상을 건축물에서 생활한다. 그러므로 건축물을 주관하는 건축사는 법으로 보호, 육성 되어야 한다”라는 말이 더 이상 공허하게 들리지 않기를 바래본다. 건축물이 공공발주냐 민간발주냐에 따라 거주하는 국민의 삶, 재산의 가치 그리고 인명의 가치가 다르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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