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어려움은 국내의 아픔으로 남았지만
지금의 고난은 메르스를 극복한
세계 최고 군자고궁의 나라로 남을 수 있어야

공자가 제자들과 세상을 주유하던 때의 이야기다. 진나라에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해 제자들은 병들고 힘든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다혈질인 제자 ‘자로’는 공자를 믿고 따르는 아무 죄 없는 제자들이 왜 이런 힘든 상황에 처해야 하는지 불평하였다. 이에 공자는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나는 사람들의 행태로 ‘군자’와 ‘소인’을 구분함으로써 제자 자로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논어에는 ‘군자고궁(君子固窮)’, ‘군자는 어려울수록 더욱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사람’, ‘소인궁람(小人窮濫)’, ‘소인은 어려움이 닥치면 쉽게 포기하고 넘쳐버리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어려움 그 자체보다 그 상황에 대처하는 인간의 정신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울고 있다. 작년 4월, 우리 국민들은 가라앉는 세월호를 보며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다는 죄책감으로 가슴을 쥐어짜며 울었다. 경제활동의 산물조차도 산자의 허욕인양 깊은 심연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국내 경제활동의 마비라는 상흔을 안게 되었다.

2015년 현재, 아직 치료제가 없고 WHO발표기준 치사율이 40%인 ‘메르스’라는 감염병과 싸우고 있다. 세월호는 상황에 대한 절망이었지만 작금의 메르스와의 전쟁은 확진자의 경로 어디에서 전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우리 서로에 대한 배척과 이기주의, 감염된 국가에 대한 세계의 시선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정부의 ‘초기대응미흡’이라는 과오에 대해 질타할 수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우리는 정부에게 더 집중하고 합리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우리가 취해야 할 시민의식의 자세를 생각해야 한다. 24시간 내내 감염 확진자가 입원해야 할 병실을 알아보고 자가 격리자들의 신병을 확인하고 동선을 모니터링하며 행정에 전념하는 정부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답답하지만 참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정부에게 시간마다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내 집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는 감염자는 누구인지, 그들의 집을 왜 폐쇄시키지 않는지 요구할 수 없다. 나를 먼저 보호해 달라고 하기보다 조금은 더 참고 이렇게 격려하자.

“신속히 감염자나 감염가능자들을 파악하여 주십시오. 우리는 당신들이 보고 싶어 하는 가족들과 지친 당신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청결을 유지하며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겠습니다! 혹여 우리가 감염경로에 있었다면 스스로 이야기하고 격리하겠습니다”

우리는 의료진과 이에 임하는 관계자들에게 왜 전문가인 당신이 확진자를 정확히 판단하여 선제적 대응을 못했느냐고, 환자를 치료하면서 스스로 잘 관리하지 못해 왜 메르스에 전염되었느냐고 질타하지 않길 바란다. 그들은 세계의학계조차도 명확히 알지 못하는 감염의 행태와 변이에 맞서 자신의 공포를 애써 감추며 사명감으로 방호복을 입고 숨가쁘게 환자에게 매달리고 있다. 우리는 의료진들에게 당신의 자식들이 우리 아이들, 또는 우리에게 전염시킬 수 있으니 아이들이 집에 있도록 보호하라고 할 수 없다. 그들은 환자를 돌보기에도 충분히 벅차기 때문이다. 이렇게 격려하자.

“우리가 당신의 가족들을 돌볼테니 당신은 환자를 위해 병마와 싸워 이겨주십시오! 우리도 당신과 협력하여 메르스와 싸우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의도와 관계없이 자가 격리자가 될 수 있다. 자가 격리자들은 생활의 답답함과 함께 자신을 전염병자로 대하는 타인들의 시선도 두려울 것이다. 이렇게 격려하자.

“우리는 당신에게 위로의 전화를 하겠습니다. 당신이 격리되어 참는 동안 당신의 가족들과 당신의 업무에 대해 배려하겠습니다!”

메르스 확진자가 나타나고 이에 대한 대응체제로 들어선 지 오늘로서 30일이 되었다. 이것은 메르스의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정부나 의료진 그 밖의 관계자 모두 그만큼 지치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 시간동안 우리 국민들도 그만큼 긴장하고 공포에 시달리며 참았다는 의미이다. 지금은 얄미울 정도로 현명한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전 세계가 ‘메르스 한국’을 지켜보고 있다. 세월호의 어려움은 국내의 아픔으로 남았지만 지금의 고난은 메르스를 극복한 세계 최고의 군자고궁의 나라로 남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위기는 기회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배려로 하나가 되어 메르스를 극복해야 한다. 일체 일심의 선진국민의 기치를 전 세계에 드높이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