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생각하면 먼저 우리시대의 가수 조용필의 “베고니아 ~ 화 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 어딘가에 엽서를 쓰던 그 녀의 고운 손~”으로 시작되는 ‘서울, 서울, 서울’의 노랫말이 생각난다. 일반적으로 우체국으로 진입하는 출입구 앞에는 계단이 조성되어 있다. 그 계단은 우체국 뒷마당 우편화물 트럭의 짐 실은 공간 높이에 맞춘 것으로부터 기인하는데, 화물 트럭 짐칸에서 내리는 우편물을 수평으로 힘 덜 들이고 올리고 내리고 하다 보니 우체국 앞은 자연스레 계단이 조성되곤 했던 것이다. 그 계단 양측에는 환경미화를 위해 봄에는 사르비아, 가을에는 들국화 등 화초류가 화분에 정갈히 담겨져 있어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베고니아 역시 그 화분류의 한 축을 담당했기에 그 계단에서 작사가는 도시 ‘서울’에 관한 음악적 감흥을 퍼 올렸으리라.

일반적으로 건축물의 사용자가 실내에서 위를 향해 켜켜이 올라갈 때나 아래로 층층이 내려 갈 때 쉽게 이용하는 것은 엘리베이터 이지만 그 보다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 원초적 수직 통로는 바로 계단이다. 건축물이 2개 층 이상이 될 때 계단이 없다면 사다리로 올라 다닐까? 꿈속에서 계단이 없어 헤매이다 깼던 가위눌림의 심한 상처가 있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또한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이렇듯 계단은 2개 층 이상의 공간 연결 매개체로서 정말 소중하다. 그래서 수직통로의 가장 기본이 되는 공간이고 건축물의 수직 축이 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계단이다. 그렇지만 계단은 단순히 이동하는 피난통로를 뛰어 넘은 건축물의 디자인 요소로서 건축물에 활력을 불어넣는 디자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락을 오르내리는 계단은 수직 사다리 형태로 풀어 나가거나 원형 계단 형태로 디자인하기도 하지만 계단은 건축물의 고정체이므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한다. 일전에 대지형태가 앞면이 도로면에서 좁고 안으로 들어 갈수록 상대적으로 긴 대지에 상가주택을 설계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계단에 대해 참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건축물은 일반적인 돌음 계단으로 풀기에는 공간 낭비가 심해지는 폭이 협소한 대지였기에, 일자 계단으로 풀어서 해결한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일자계단으로 설계하니 건축물 이용자는 함박웃음으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건축법은 높이가 3m 이상이면 중간에 계단참을 두어야만 건축법의 피난 계단으로 인정한다. 그리고 계단실 유효폭과 계단 높이, 계단 챌판 크기를 법규가 정하고 있다. 그래서 2.6m의 상가 1개층 마다 참을 겸한 출입현관을 배치하니 2층을 오르는 것은 참을 한 번 쉬는 것이고 3층에 도달하면 마치 다른 건축물의 2층을 오르는 듯 한 기분 좋은 착시를 경험케 해주어서 3층에 위치한 주택 사용자가 많이 편하다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계단은 단수 계산이나 디딤판 계단에서 착오를 일으키기 쉽기 때문에 설계 초년생에게 도면 좀 그려 본 맞고참은 이렇게 얘기하며 기를 죽이곤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계단 단면도 끊어 봤어?” 그렇듯 계단은 쉽지 않다. 설계를 할 때도 늘 고민을 많이 한다. ‘이 계단을 이용하는 분에게 어떤 감흥이 일어나게 하여야 할까’ 로 시작되는 고민은 공간설계에서 디자인 한다는 참의미를 원초적으로 각인시켜 준다. 건물 디자인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모두들 쉽게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필자는 이렇게 단언한다, “건물에 활력을 불어 넣는 일이다” 디자인이 안 된 밋밋한 건축물, 흔히들 기능만을 만족시킨 건축물에 디자인을 하는 것은 건물에 활기와 생동감을 불어 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계단은 건강관리로서 우리 몸에 활력을 불어 넣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칼로리 소비를 위해서도 다리 근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계단은 훌륭한 운동 도구이다.

전설의 메이저 리거 박찬호 선수는 운동 시절에 계단을 보면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고 한다. 오리걸음을 하거나 뛰어가거나 해서 근력을 기르고, 어느 주부는 15층 아파트 계단을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매일 오르내리기를 하여 다리 건강관리와 더불어 얼굴 피부를 탱탱하게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오늘도 필자는 ‘건축물의 활력소’ 뿐만 아니라 ‘건강관리에도 활력소’ 인 계단을 소중히 생각하며 거리에나 건물에서 마주치는 계단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설계자의 의도를 느끼며 건강을 생각하며 걷거나 뛰고 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