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학년도 대학 입학을 위한 수능이 13일에 치러졌다. 16년 만에 찾아온 수능한파에 두꺼운 파카로 중무장한 학생들이 경찰 오토바이에 실려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올해도 어김없이 뉴스를 타고 나왔다. 고사장을 잘못 찾아간 수험생도 있었고 휴대가 금지된 손전화를 휴대했다가 퇴실 처리된 학생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수능 하루 전 날 목숨을 끊은 학생의 뉴스도 보도되었다.

1969학년도 대학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한 예비고사가 1968년 12월 16일 월요일에 처음 치러진 이래 예비고사는 1981학년도 입학생까지 계속되었고, 82학년도부터 93학년도까지는 학력고사가 실시되었다. 수능이라 불리는 현재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94학년도 입학생을 대상으로 1993년 8월과 11월에 처음 시작되었다.

예비고사가 치러지던 4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학 입학시험은 전국민의 관심사이다. 교육열 최고의 나라답게 온 나라가 기꺼이 수능열병에 동참한다. 대다수 회사들의 출근시간이 미루어지고 영어 듣기 시간에는 비행기 이착륙도 통제한다. 수험표를 들고 가면 고생했다는 위로와 혜택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수능이 끝나자마자 식품업계부터 의류업계까지 수험생들을 위한 다양한 할인 혜택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성형외과나 헬스센터에서까지 수험생들을 손짓해 부르고 있다.

대학 입학시험을 위해 청춘을 저당 잡혔던 60만 명이 넘는 수험생들이 기나긴 운명의 하루를 보내고 이제는 한가해진 교실로 돌아갔다. 수능이 끝난 교실은 수업이 부재하다. 매일 등교해서 책을 펴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는 일은 수능만을 위해서였던 것처럼 수능 후의 교실에는 공부가 사라진다.

아이들을 나무랄 수도 선생님을 탓할 수도 없다.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까지 총 12년 동안 아이들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성공하려면,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려면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을 나온 부모도, 그렇지 않은 부모도 아이들의 성적과 대입에 올인한다. 오죽하면 ‘대학은 가정 파괴범’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부모 등골이 휘고, 졸업 후에도 취직이 잘 되지 않으니 대학이 가정을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뜻이다.

그 수험생들 중에 상당수가 건축학과나 건축공학과에 진학하게 될 것이다. 국내 건설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한 때 유망학과였던 토목‧건축학과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유명 커뮤니티인 ‘오르비스 옵티무스(오리비)’가 지난해 조사‧작성한 주요 대학의 학과 선호도 순위를 보면 서울대 건축공학과는 2011년 20위권에서 2013년에는 40위 후반대로 밀려났고, 5년제인 건축학과 역시 40위권에서 50위권으로 추락했다. 30위권이던 건설환경공학부(옛 토목공학과)도 2년 만에 50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이 같은 인기 하락은 취업률과 관련이 깊다. 실제 토목‧건축학과 졸업생의 취업률은 수년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4년제 대학 건축학과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 2009~2013년 건축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73.7%에서 63.0%로, 건축‧설비공학과는 68.7%에서 60.8%로 각각 곤두박질쳤다. 전문가들은 그만큼 건설 일자리가 줄었다고 분석한다. 통계청 조사에서 지난해 건설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만9000명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스무 살 꿈나무들이 건축을 일생의 소명으로 삼고 건축을 지망할 것이다. 그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고 취업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최근의 건설산업 부진이 향후 국가발전 과정에서 꼭 필요한 핵심 인력의 누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교육과 산업의 동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하고 정부에서도 미봉책이 아닌 장기적인 해결책을 연구해야 할 때다.

올해 건축을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들이 몇 년 뒤에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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