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길 왜?” 처음 아프리카 진출을 계획했을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러하다. 기근과 질병, 내전 등 오랜 고통의 역사로 아프리카는 아직 우리에게 미지의 대륙인 탓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앞 다투어 몰려드는 미래의 땅이기도 하다. 단순히 자원과 시장을 노린 진출이 아니라, 서서히 일어나는 아프리카의 미래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아프리카 전역에 투자를 시작한지 오래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이상건축은 올해 에티오피아에서 아프리카 시장 개척의 소중한 첫 결실을 얻었다. 수도 아디스 아바바 중심부에 들어설 6만석 규모의 국립 주경기장 설계공모에 1등 당선한 것이다.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를 배출한 육상강국이자 전 국민이 축구에 열광하는 나라답게 도심 한가운데에 무려 30년간이나 부지를 비워두고 추진해온 국가숙원사업이다. 에티오피아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디 아바바 꽃을 모티브로 디자인 했는데, 지루한 우기가 끝날 때 피어나 새로운 시작과 번영을 상징하는 꽃의 의미가 심사위원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는 후담이다.

물론 그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음이 사실이다. 프로젝트 기회를 찾아 무작정 떠난 여정 끝에 처음 아디스 아바바에 도착했을 때의 그 막막함이란. 우연히 잡아탄 택시의 젊은 기사가 부업으로 건축설계를 한다는 말에 무심코 건 낸 필자의 명함이 에티오피아 굴지의 건축사무소 MH 엔지니어링에까지 전해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치 못했다. 별다른 성과없이 서울로 돌아온지 수개월 뒤 협력제안 연락을 받고 서둘러 다시 에티오피아로 떠났던 것이 벌써 수년 전이니 그동안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일찍이 2000년대 초반 중국시장에 진출하여 나름 크고 작은 실적을 쌓은 이상건축이 다음 도전을 찾아 아프리카로 눈을 돌린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기회가 그 곳에 있기 때문이다. 국가와 도시 공동체의 근간이 되는 공간을 계획할 수 있는 기회, 가난과 불안정을 떨치고 시작되는 경제성장의 터전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것이다.

필자는 지속되는 경기불황과 건축시장 포화에 좌절하는 후배 건축사들과 학생들에게 해외시장 개척에 도전할 것을 적극 권하고 싶다. 해외 프로젝트를 찾아 전 세계를 누비는 것이 대기업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플랜트와 도로건설 등 건설∙엔지니어링을 넘어 건축 디자인도 우리 기술과 철학은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중소규모 건축사사무소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영역이다. 필요한 것은 먼 길과 문화적 차이를 마다 않는 굳은 의지뿐이다.

특히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무궁무진한 시장 잠재력과 함께 그들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이루는데 우리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의 가치가 크다. 필자 또한 대구월드컵경기장, 고양경기장 등을 설계하며 얻은 실무지식과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에서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 등을 총동원해 현지 건축사들에게 기술이전을 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70-80년대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하는 아디스 아바바 풍경을 보며 필자는 젊은 시절의 뜨거운 열정이 다시 한 번 샘솟음을 느낀다. 이 나라의 미래를 그릴 다음 프로젝트는 무엇이 될까. 이 멋진 도전에 더 많은 우리 동료 건축사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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