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사랑하는 사람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더 나아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 만하다.

 

예술에 있어 장르를 구분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 된 지 오래다. 그 결과 각 분야의 예술가들은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고정관념을 넘어선 독창적 결과물을 세상에 내보이고 있다. 특히 ‘예술 종합 선물 세트’로 불리는 영화 분야는 더욱 적극적으로 경계를 깨뜨리며 진화하고 있다. 최근 성공적으로 진행된 6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건축은 예술이다. 그것도 가장 원초적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3대 요소 의(衣), 식(食), 주(住) 중 한 부분으로서, 우리의 삶에 가장 가까운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을 끊임없이 모사하려는 영화가 우리 삶에 가장 가까운 예술 장르 ‘건축’과 만나는 건, 필연적 수순이다. 6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영화와 건축의 교집합을 굉장히 명쾌한 주제로 표현했다. 올해 서울국제건축영화제의 주제는 ‘빌딩-건물이 말을 한다면?’이다. 지금까지 영화의 배경으로만 여겨졌던 ‘건물’이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우리의 삶이 들려왔다.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문화의 전당 3D>는 영화계의 거장 빔 벤더스, 최고의 배우이자 최고의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로버트 레드포드 등 세계 영화계를 대표하는 여섯 명의 감독이 자국의 랜드마크 건물을 주인공 삼아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 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성향, 과거에 대한 고찰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한 나라의 랜드마크 건축물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인 셈이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예술, 건축과 영화가 서로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서로를 품에 안은 결과는 이처럼 매력적이다.

사실 안을 들여다보면, 건축과 영화를 완성하는 프로세스 역시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건축사와 감독은 머릿 속에 담겨 있는 이미지가 건물과 영화로 형상화되기까지, 각 분야의 수많은 스태프를 통솔해야 하고, 수없는 수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결과는 곧 건축사와 감독의 영혼이자 얼굴이 된다. 흥미롭게도 이 예술의 가치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자본의 투자가 없이는 결과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도 건축과 예술이 쌍둥이처럼 닮았다. 어쩌면 건축사와 영화 감독 만큼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예술가 군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 여섯 번째 잔치를 성공적으로 마친 서울국제건축영화제의 미래에 더 큰 기대를 거는 건 이 때문이다. 사실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문을 열고,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주기까지 이토록 매력적인 건축 영화들이, 이렇게 다양하게 존재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서울국제건축영화제를 통해 건축과 영화가 서로의 경계를 지우고, 진화하는 과정을 함께 목격하게 된 것이다.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더 나아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 만하다. 우리는 경계를 지운 예술의 진화를 어디까지 목격하게 될까. 단언컨대, 매년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는 흥미진진한 결과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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