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은 바로 우리 인생의 장애물이자
그걸 넘어가기 위해 인간이 가져야 되는
포기할 수 없는 자유에 대한 열망을
상징하기도 하는 것이다.

 

<길버트 그레이프>란 영화가 있다. 여기서 길버트(조니 뎁 분)는 소년 가장으로 등장한다. 너무나 뚱뚱해서 거의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는 어머니는 침대에서 누워만 지낸다. 여동생은 집안의 사정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게다가 정신지체인 남자 동생은 사고만 치고 돌아다닌다. 그래서 그는 항상 우울한 표정으로 식료품점에서 점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해마다 자신의 마을에 캠핑카를 몰고 오는 캠핑족이 부러울 뿐이다.

“아 나도 저들처럼 이리 저리 자유롭게 떠돌아 다니고 싶다” 하지만 그는 부양할 가족 때문에 어느 곳도 가지 못한다. 그의 집은 그에게 감옥인 것이다. 누추하고 답답하고, 게다가 무능한 어머니가 버티고 있는 집, 거기서 그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갇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그의 발목을 붙잡고 놔주지 않던 어머니가 죽게 되자, 그는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버린다. 그는 자신의 감옥을 불태워 버린 것이다. 이제 그는 정신지체인 동생과 함께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대로 집이 안식처로 등장하는 영화도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잭유달(잭 니콜슨 분)은 심한 강박증을 앓고 있다. 집밖에 나가는 순간 그에게 온 세상은 더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 문손잡이를 잡을 때도 수건으로 감싸야 하고, 보도블럭이 깔린 인도를 걸을 때면 그 선을 밟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식당에 가서도 남이 사용했다는 이유로 포크와 나이프는 항상 일회용만을 사용한다. 이런 유난스런 그의 행동으로 인해 그는 집에 돌아와서야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집만이 유일한 안식처이자 가장 안전한 장소이다. 얼핏 보면 그는 집이 최상의 안식처 일 수 있으나, 사실 그에게도 집은 감옥 이었다. 그는 집안에 틀어박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모두 끊어 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그의 감정은 매 말라 버린 것이다. 그가 자신의 감옥에서 탈출하게 된 것은, 이웃집 남자를 도와주려고 떠난 여행에서 비롯된다. 그는 이를 통해 집에서만 국한되었던 편안함을 이 세상으로 넓힐 수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최악의 집은 어디 일까? 바로 감옥이다.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 분)은 아내를 죽였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된다. 정말 하루, 한 시간, 1분도 있기 싫은 집에 갇힌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포자기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집을 꾸미기 시작한다. 누구도 손대고 싶지 않은 지옥같은 집을 말이다. 그는 교도소에 도서관을 세우기로 마음먹고, 끈질기게 정부에 탄원서를 보내 결국 기금을 타게 된다. 그래서 그는 죄수들을 위한 책과 레코드를 구비하고, 공부를 하지 못했던 재소자들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그러면서도 그는 겨우 조약돌에 조각을 할 수 있는 작은 망치로 20년 동안 벽을 뚫는 일을 한 것이다. 그 작은 망치로 누가 그 벽을 뚫을 수 있다고 생각이나 했을까.

하지만 그는 조금씩조금씩 벽을 뚫어 결국 그 곳에서 빠져나간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집이지만 사는 동안 그곳을 천국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집으로 이사 갈 준비를 20년이나 한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앤디 듀프레인이 살던 집, 즉 감옥은 바로 우리 인생의 장애물이자, 그걸 넘어가기 위해 인간이 가져야 되는 포기할 수 없는 자유에 대한 열망을 상징하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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