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그런 곳을 진정한 ‘집’이라고 믿는 세상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것이 바로 초가삼간도 만족한다던 ‘안빈낙도’의 우리네 선비정신이 아니었을까?

 

힘든 하루를 보내고도 돌아갈 그 곳이 없다면 얼마나 막막할까?

우리말에 나타난 표현을 돌이켜 본다면 한국인의 정서에서 ‘집’이란 단순한 건축물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가 아닐까 느껴진다.

일례로 영어적 표현으론 ‘가정’의 의미인 ‘Home’이란 단어를 ‘집’이란 단어의 ‘House’와 구분하여 사용하지만 우리말에선 집이 곧 내 가정, 내가 돌아가야 할 최종의 근원을 의미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숭고한 의미의 대상을 우리는 때로 사회적 부나 신분의 상징물로서 인식하기도 하고 때론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잠시 취했다간 미련 없이 포기해 버리곤 하기도 한다.

집의 가치를 사용된 고급 건축자재나 편의성 그리고 건축사의 명성 만으로만 평가해야 한다면 오랜 세월의 풍상을 이겨내며 반들반들해진 대청마루와 고즈넉한 대들보를 품에 안은 소박하고 수수한 우리의 전통가옥에 끌리는 우리의 마음을 설명할 길이 없지 않을까?

종교적 모임의 장소가 되는 건축물 역시도 결국은 그 종교에서 믿고 숭상하는 신이 계시다고 믿는 ‘집’일 것이다.

우리가 믿고 의지하려는 영원의 신이 한낱 백여 년도 채 못가 재건축을 해야 하는 소위 초현대식 메머드 ‘바벨탑’을 바라보며 과연 우리에게 던지는 진정한 ‘집’의 의미는 무엇일까?

‘집’이란 단순히 값비싼 자재로 치장된 고가의 부동산이기 보단 우리 삶의 이야기와 기억 그리고 그 삶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가치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래서 언제나 우리의 육신 뿐 아니라 마음역시 같이 돌아가고픈…

그 곳에 있을 땐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옛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 짓거나 어려운 시절의 아픔을 생각하며 현실에 대한 감사의 겸허함을 되새길 수 있는…

우리 모두는 그런 곳을 진정한 ‘집’이라고 믿는 세상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것이 바로 초가삼간도 만족한다던 ‘안빈낙도’의 우리네 선비정신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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