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황금사자상 수상은
세계 건축계의 관심이 아시아에게 향하고 있는 시점에서
통역화(Golocalization)된 우리 건축인들의
융복합적 접근이 가져온 성과라 할 수 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온통 ‘세월호 침몰’로부터 비롯된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6월 7일 이탈리아 베니스로부터 우리 건축계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 왔다.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이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다는 소식이었다. 베니스는 1987년 강수연의 제4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이후, 우리나라 영화계와 남다른 인연을 맺어왔는데, 이제 건축계와도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된 셈이다. 1995년 한국관 설립 이후, 번갈아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과 건축전을 합하여 황금사자상 수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베니스비엔날레의 명성과 권위를 생각할 때, 우리 건축계와 문화계에 대단한 기쁨을 안겨준 일이지 않을 수 없다.

백서가 발간되면,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쾌거를 이루어낸 과정과 이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 및 평가가 구체적으로 알려지겠지만, 현재 많은 미디어를 통하여 알려지는 수상의 이유는 [근대성의 흡수: 1914-2014]라는 국가관의 전시 주제를 분단 70년을 지나오고 있는 한반도의 특수성에 접목하여 해석하여, [한반도 오감도]라는 주제로 남한과 북한의 건축 및 도시에 대한 분석적 비교를 통하여 신선하고 독창적인 조견을 제공한 바로 파악된다. 이 밖에도 이번 수상의 의미를 다른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겠지만 필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에서 생각해 보게 된다.

첫째, 세계 건축계의 관심이 아시아에게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아시아 지역의 건축과 건축시장에 대한 관심 역시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심층적으로 확대되어 오고 있다. 아시아권 대도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많은 서구 건축가들의 프로젝트들과, ‘프리츠커상’의 최근 수상자 다수가 아시아 출신 건축가들이라는 사실 등이 이러한 상황에 대한 명백한 증거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관심은, 물론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하의 한반도 건축에 대한 호기심을 전적으로 제외할 수는 없지만, ‘에스닉(ethnic)’으로 상징되는 이전의 관점과 달리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경제적 잠재력과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점이 있다.

둘째, 우리 건축인들의 통역화(Golocalization)가 안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인 조민석은 1987년 6.29선언과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로 상징되는 민주화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건축인으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우리 건축계에는 많은 인재들이 유입되었고,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해외 유학 등을 통하여 세계 건축의 다양한 관점들을 체계적으로 체험하고, 나름대로의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또한 국내 건축인들 역시 한국 건축의 산업적 특성과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하는 동시에, 세계 건축계와 다양한 형태의 교류를 많은 프로젝트의 수행을 통하여 지속해왔다. 더불어 이들은 많은 수가 탈권위주의적이고, 개성의 표현에 관심이 많으며, SNS에 익숙하다. 이러한 우리나라 건축계의 인적 구성 특성은 우리도 세계 건축계의 당당한 주도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근거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셋째, 건축이 가진 융복합적 성격을 활용하였다는 점이다. 큐레이터로 참여한 배형민, 안창모 두 분은 모두 건축과 도시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참여 작가의 면면을 보면, 사진작가, 조각가, 설치 미술가, 건축가 등등 시각 예술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건축은, 이미 역사적으로도 증명되어 오고 있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융복합화의 흐름 속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 그러나 과거 산업화의 시대에 건설 산업의 한 요소로만 접근되어옴으로써 오히려 건축의 고유한 융복합성이 충분하게 발현되어 오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다양한 관점에서 전시가 기획됨으로써 한반도 건축의 변화과정에서 보여준 다양한 양상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한국 건축은 세계적 주목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를 가져온 원인에 대하여 성찰함으로써 우리 건축계가 한 차원 더 높은 발전을 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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