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적인 분야를 다루되 거기에만 매몰되지 않고,
상세한 분석을 하되 전체의 조화나 통합성을 잊지 않는
종합적, 포용적 시각이 요청

 

최근 대한건축사협회에 ‘남북건축교류협력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미 많은 위원회가 있음에도 또 무슨 거창한(?) 위원회인가 싶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올 초 대통령의 ‘통일대박’이란 언급이 있은 후 이니 그에 따른 조치라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사실적인 근거는 지난해 10월 개성공단관리위원회의 건축행정/관리 업무지원 요청이란 점이고, 필자의 소속 여부와 관계없이 협회의 신속한 대응 조치는 올바른 판단이라 여겨진다.

대한건축사협회도 거대 담론이나 학술 모임 등을 할 수도 있지만, 건축에 관한 한 구체적 현실화시키는 최일선에 있음이 그 특성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올바른 지향과 큰 목표를 설정함은 진정 중요하나 그 실천적인 한 걸음 없이는 허무해지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활동의 기반이 마련된 바, 실제와의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제 소견의 일단을 피력해 본다.

우선은 당장의 개성공단 건축행정/관리의 지원, 협력을 잘 이뤄내어야겠지만 그 이면의 ‘남북건축교류협력’이란 틀에서 남북 공동의 새로운 건축적 시스템, 혹은 모델의 도출 가능성이다. 당 지역의 건축행위가 북측의 토지나 법적 관할(관리위 포함) 내에 있고, 대부분 북측 인력이 사용한다는 점과 우선은 남측의 건축적 기준을 준용한다는 특수한 상황에서 우리가 바라는 보다 합리적이고 개선된 새 기준 적용의 선도장(先導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나 장애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현 건설 위주의 제도와 사회의식, 불합리한 건축 관리, 부당한 관행과 구조 등을 탈피한 새 유형을 적용해 볼 기회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 동안 우리의 경험을 참조하되 거기에 편착되어서는 아니되며 우월성을 가지고 적선하듯이 해서도 안 될 것이다.

또한 남북 간 교류는 국가․정부의 뒷받침 위에 그 동안 여러 민간단체들이 활동해 왔으나 이젠 전문가단체가 그 통로의 한 축을 담당해 보자는 것이다. 이념과 세속적 권력 등을 떠나 민생이나 인도적 지원, 동질성 회복이란 취지에 부합될 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북한 측 주민 모두의 삶의 질에 직접 맞닿은 것인 만큼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이는 아직 일부이긴 하나 비건축 북한전문가도 공감하고 있으며, 이는 일반적 지원의 개념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과거 협회에서도 통일과 남북건축에 대한 논의와 노력을 기울여 본 바 있으나 그 때와 다른 것은 ‘개성공단’이란 명확한 대상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의 작은? 계기가 큰 성과로 이어지려면 당장의 최선, 최상의 개념적 접근은 자칫 일방적, 부정적 형태로 흐를 우려가 있으니 주의할 일이며 과정과 상황에 맞춘 적정 단계와 과정관리가 중요하다. 다만 점차 나아질 방향으로의 꾸준히 활동과 인내,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건축적인 분야를 다루되 거기에만 매몰되지 않고, 상세한 분석을 하되 전체의 조화나 통합성을 잊지 않는 종합적, 포용적 시각이 요청된다.

우리 모두의 대응력, 관심과 지혜에 따라 남북교류협력은 물론, 그 이상의 성취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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