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하루다. - 소포클레스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치열하게 살아라. 후회 없는 삶으로 보상 받으리라.
- 호라티우스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경 진도 해안에서 제주로 향하던 대형 여객선 '세월' 호가 침몰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사고 발생 후 36시간이 경과한 시점으로, 475명의 탑승자 중 287명이 생사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 중 245명이 수학여행을 가는 중이던 고교2학년 학생들입니다. 모든 생명이 다 귀하지만, 어린 학생들의 소식은 더 큰 안타까움을 느끼게 합니다.

침몰한 배에서 해치를 잠그면 최대 69시간까지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마의 69시간!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양한 변수에 따라 생존 가능 시간이 가변적이라고 말합니다.

침몰 당시 배의 상태, 밀실에 물이 들어왔는지 여부, 생존자의 부상 가능성, 밀폐된 공간에 산소가 얼마나 있는지 여부 등에 따라 생존 확률이 달라진다는 얘깁니다.

배 안에 갇혀있는 이들에게, 생떼 같은 자식의, 가족의 생존과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에게 1분 1초는 영원 같은 시간일 겁니다.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하는 메시지를 남긴 남학생은 부모님이 놀랄까봐 배가 침몰한다는 말도 없이 엄마에게 마지막일지도 모를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이 학생은 아직 구조되지 못했습니다. 이 인사가 마지막 인사가 되지 않기를, 실종자 모두가 반드시 구조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렇게 귀하고 절실한 것이, 어떻게든 지키고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생명인데 지금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는 '자살' 증가로 위기에 빠졌습니다.

40초마다 한 명 꼴로 스스로 삶을 등지는 끔찍한 현실…

'자살'을 선택한 이들의 유서나 유언 속에는 대부분 “살기 힘들다",“너무 괴롭다",“미안하다",“이 방법 밖에 없다”는 말이 들어있습니다. 자살률 증가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을 보면 유해 환경이 너무 많고, 경쟁이 심하며, 관계가 단절되고, 서로에 대한 관심과 대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생사의 처절한 현장과 마주하고 보면 이런 분석들도 모두 '자위'고 '비겁한 변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살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책임감'과 '생명 존중 사상'의 부재 때문이 아닐지…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에 대한, 책임감을 아는 사람은 귀하디귀한 자신의 생명을 해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생명과 삶을 귀하게 여기고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다른 생명과 삶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할 줄 압니다.

생명의 고귀함을 제대로 깨닫는다면 길 가에 핀 꽃 한 송이를 볼 때도 감사함과 아름다움을 느끼며 삶의 고단함과 고통도 위로 받을 수 있을뿐더러, 아침에 눈을 떠 숨을 쉬는 순간 살아있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날마다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자신의 위대함과 모든 생명의 위대함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타인을 해할 수 없고, 더더구나 자신을 해하는 일 같은 건 상상도 못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들이쉬고 내뱉는 호흡 한 번을 위해, 얼마나 많은 생명체와 유기체가 오랜 세월 동안 죽을힘을 다해 자신의 '책임'을 다해 왔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생명을 지닌 모든 것이 너무나 위대해 보이지 않습니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가치가 이토록 위대한데,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남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모든 위대함과 귀한 가치를 가벼이 여기고 함부로 '포기' 할 수 있겠습니까.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망자들에게도 그만한 고통의 순간과 아픔이 분명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왜 조금 더 주위를 돌아보고 조금 더 기다려보지 않았는지.. 하는 안타까움은 접을 수가 없습니다. 떠나는 이가 안고 갔을 상처가 깊고 컸겠지만 한 순간만 이겨냈다면 누군가와 그 상처가 아물도록 함께 약을 바르고 도닥일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 상처가 모두에게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남을 선택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힘겨울 때, 삶이 우리를 속일 때, 우리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한 번만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 태어난 '나'인데, '우리'인데, 어떻게 태어난 세상인데, 어떻게 얻은 인생인데… 우리 제발 존재함 자체로 감사해야 함을 알면서 살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귀한 존재임을 인정해주고 깨달으며 살면 좋겠습니다.

바쁘고 힘겨운 인생들이지만, 내 곁에 있는 이들에게 말 한마디의 관심과 손 한 번 꼭 잡아주는 온정을 나누며 살면 더 좋겠습니다.

살아있다면, 어떤 고통이라도 언젠가는 지나가고 좋은 날이 반드시 온다는 희망을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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