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주관한 건축설계산업 육성방안제목의 토론회가 개최됐다. 좌장을 위시해 토론 패널자, 그리고 방청객 건축사의 열띤 토론을 보면서 앞으로의 건축계가 앞날이 밝아 오리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의사표현 방법이 너무도 거칠었다. 상당히 아쉬운 마음 뒤로 하고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뒤적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난 글을 접하고서 더욱 씁쓸한 마음 금할 길 없었다. 1997년 IMF 이전 건설산업 및 건설 관련 산업은 국내 GDP의 1/3을 담당했었다. 하지만 OECD 가입 후 15%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하락한 비중은 결국에는 2030년대에는 선진국의 경우와 비슷한 8%의 비중으로 떨어진다는 그 보고서를 접하고 아연실색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감이 절반으로 뚝 줄어든단다. 하, 그렇다고 이렇게 불경기 탓만 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이번 토론회 건축설계 육성방안에 희망의 신호탄이 될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어 펜을 든다. 마치 건축설계, 감리업무에 대한 피 끓는 열정의 눈물 모아 놓고, 새까맣게 타 들어간 속을 도려내어 먹을 삼아, 이미 뭉개진 가슴 한켠에 벼루를 만들어, 그 곳에 애를 쓰고 먹을 갈아 잉크를 만들어, 제언이라는 펜으로 찍어내어 한자 한자 쓰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현재까지의 건축설계입찰제도는 건축설계디자인 회사를 선정하고 설계산업 발전하는 것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입찰제도를 설계공모제도로 100% 바꿔야 한다. 입찰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은 설계디자인 육성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다. 엑셀 프로그램으로 당첨 확률을 높이는 시간 투자하며, 복권당첨이나 운수보기 식 입찰 확정을 이제는 그만 하자. 그 보다 A3 용지에 2D 캐드 드로잉을 기본도면(건축개요, 배치 및 1층평면도, 각층평면도, 입면도, 단면도)으로 제출받아 심사해 설계회사를 결정하자. 그리고 실적위주로 업체를 정하지 말자. 건축설계에는 모범답안 없다. 그리고 건축설계 전공자는 건축사 취득하기 전 까지 수많은 공부와 프로젝트를 병행한다. 그렇게 어렵게 시험 쳐 건축사가 되어 개업하는 신진 건축사에게 실적을 제출하라고 하면 원천적으로 기회를 봉쇄하는 결과가 된다. 그러면 신진 건축사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하겠는가?

현상설계와 설계공모전 심사위원은 모두 공개하고 심사성적표도 모두 공개하자.

일전에 지인이 설계공모전 심사위원을 맡았었는데 그분에게 “결선심사 하기 전 찾아오지 않는 업체가 있어서 나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안 찾아오니까 내 심 괘씸하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 ‘내가 심사하면 설계공모전 심사 내용이 달라지게 하리라’ 는 작심과는 달리 현실은 이렇게 눈앞의 유혹과 이념에 좌우된다. 그러니 설계공모전 심사위원은 모두 공개하자. 그리고 성적표도 공개해서 지금 암암리에 횡행하고 있는 로비들 이제는 없애자. 심사위원이 만일 8인이 결정되면 그 심사점수를 맨 위와 맨 아래는 버리고, 나머지 6인의 점수를 합산하여 순위를 결정하고 그 점수표를 공개하도록 하자. 그래야 심사과정이 투명해지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공정한 게임이 되지 않을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건축사에게도 대한건축사협회에 의무가입 하도록 하자.

의사, 약사만이 국민의 생명을 담당해 의료 업무를 하는가? 변호사만 국민의 법질서를 위해 법률 행위를 하는가? 건축사도 국민의 생명과 건축법을 다루며 안전을 담당하는 중대한 업무를 하고 있다. 왜 건축사업무만 협회가입이 임의인가? 제발 협회가입 완전 의무화해 부실설계, 엉터리 설계, 무자격자설계, 덤핑설계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제도를 실현하자. 그래야 국민 고객이 믿고 건축물의 설계와 감리를 맡기지 않겠는가?

설계․감리 대가 기준의 최저 하한선을 정하여 덤핑, 부실, 무자격자 설계를 원천적으로 발생치 않게 하자. 이제 시대는 바야흐로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건축물의 설계․감리대가 기준은 공사비의 최저 퍼센트로 정하자. 이제 일감은 점점 줄고 리모델링 일감이 많아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런데 설계비를 언제까지 평당으로만 계산할 것인가? 리모델링도 평당 설계비로 적용할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필자가 설계업무 시작 시 상용했던 평당 단가가 지금의 평당 단가와 별반 차이가 없고 오히려 더 저렴하다. 물가와 공사비는 오르는데 설계․감리비는 뒷걸음치고 있다. 아, 우리 업무가 진정 고부가가치 산업인가? 이제 공사비 대비 설계․감리비 최저 하한선을 정하고 건축허가 시 계약서 제출을 의무화하여 최저가 이하로 설계․감리계약 시 관계기관이나 협회에서 행정제재 조치할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설계계약 전 공사비가 산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계약서에 단서 조항 또는 추가 조항을 만들어서 최종공사비가 설계도면에 입각하여 산출되면 추가 설계비를 받는다는 조항을 만들면 된다. 공사비 대비 대가기준을 정하자!

그렇게 하면 기획설계 비용도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다.

만일 건축설계 산업이 일감이 없어 대부분 스러져 간다면 건축설계를 전공하는 미래의 학도들에게 무슨 면목으로 건축설계를 운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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