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총 에너지 사용량의 20% 이상을 사용하고 환경파괴의 주범이 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전체 배출량 중 1/4을 차지하는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녹색건축물 보급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녹색건축물 지원 조성법’에 의거 건축 에너지관련 전문인력을 양성코자 ‘건축물 에너지평가사’ 자격을 신설하여, 올해 12월 그 첫 시험이 시행된다.

‘건축물 에너지평가사’는 건축물의 에너지효율등급을 평가하고 에너지절약계획을 세우는 일을 담당하게 되며, 앞으로 건축물을 사고 팔 때 에너지소비증명서를 의무적으로 첨부토록 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800만 동이 넘는 모든 건축물과 새롭게 지어질 신축건축물 모두가 대상이 되므로 인력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며 최근 건축계의 큰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입증하듯 지난 8월 5일부터 16일까지 시험원서 접수를 받은 결과 총 11,509명의 응시자가 접수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중 모든 건축물을 평가할 수 있는 1급에 9,956명, 연면적 500㎡ 미만인 소형건축물에 한해 평가할 수 있는 2급에 1,553명이 신청해 전체의 87%가 1급 시험을 치르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40∼50대 응시자가 6,935명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건축사 업역 확대인가? 업역 침해인가?

건축물에너지평가사의 1급 자격시험은 건축물 에너지 관련분야의 기술사, 건축사, 에너지진단사를 비롯해 건축물 에너지 관련 분야 실무경험이 9년 이상인 자에 한해 응시가 가능하고, 관련분야 기사, 산업기사, 기능사 등은 4∼8년까지 실무경험이 필요하고, 2급은 건축물 에너지 관련 분야 실무 4년 이상이며, 관련분야 산업기사, 기능사 등은 1∼3년의 실무 경험이 있으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언뜻 보면 새로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건축사의 업역이 확대되는 것 같아 보여진다. 하지만 건축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사람, 즉, 건축에 있어 공간과 시공성, 그리고 품질 등의 종합적인 평가를 할 수 없는 특정분야의 기술자들이 건축사가 설계한 건축물을 평가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상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기사, 산업기사, 기능사 등의 자격을 가지고 일정기간 이상의 실무경험을 가지게 되면, 건축사와 동등한 응시자격을 가지게 되는 것도 국가자격제도에 질서에 모순되는 것이다.

또한 시험에 합격한다 하더라도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실시하는 직무교육 40시간을 이수해야 에너지평가사로 활동할 수 있다. 40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정리해보면,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박봉의 실무경력을 쌓고,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정을 거쳐 건축사시험에 합격한 자가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경력이 인정되는 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며, 건축사가 다른 자격을 취득하여 업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위 자격 보유자에게 상위자격이 없어도 상위자격보유자와 동등하게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건축사 자격의 위상을 격감시키고 업역을 침해당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2012년 7월 ‘건축물 유지·관리 점검’ 관련 법령이 시행됨에 따라 자격시험 없이 3시간의 교육 이수로도 건축사는 책임점검원의 자격을 가지게 됐다.

이번 ‘건축물에너지평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험에 합격하고도 에너지관리공단의 교육을 40시간이나 이수하여만 한다는 점과 건축물이 에너지효율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기능, 그리고, 그 건축물이 가지는 독창성 등은 모든 것이 하나로 결집되어 있는 것이라면 하나의 분야가 아닌 종합적인 평가가 가능한 건축사만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이며, 이는 ‘건축물 유지·관리 점검자’의 자격부여와 같이 특정분야에 대한 교육만 이수하고 민간자격시험을 거치지 않고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사료된다.

“그래도 우짜노!!!”(그래도 어찌하겠는가!!!) 이미 제도는 시행이 되었고, 많은 건축사들이 이미 시험에 응시도 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응시한 모든 건축사들이 한사람도 빠짐없이 합격해서, 건축사의 저력을 보여주고, “역시 건축사는 다르구나!!!”, “역시 건축사를 따라갈 수는 없겠구나!!!” 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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