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건축물 가득한 터키는‘인류문명의 보고’

▲ 터키공사참사관과 총영사를 지낸 ‘이희철 박사’ ⓒ손석원 기자

터키는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동서양의 접점이고 많은 이질적인 문화가 서로 영향을 받아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는‘문화의 용광로’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이다. 유럽과 아시아 경계지역에 위치한 터키는 면적 78만3천여㎢, 인구 약 8천1백여만명(7천6백여만명), GDP 8천2백17억 달러에 이르는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게 낯설게 여겨지고 있는 국가다.
지난 해 발효된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양국은 1년간 활발한 교역을 펼쳤다. 지난 4월 29일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한·터키 FTA가 발효된 작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양국 교역액은 61억9천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는 한-터키 간 FTA발효 1년을 맞아 터키에서 학업과 근무 등 30년 가까이 터키와 인연을 갖고 터키에 대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전 터키공사참사관 이희철 박사를 만나 터키에 대한 문화와 터키 건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먼저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3월말에 공직생활 은퇴 후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터키전문가로 강의, 연구, 자문 등 활동을 하면서 터키연구소를 개설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할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터키한국대사관에서 외교부 소속으로 만 16년을 근무했고 외교부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터키대학에서 8년 수학했습니다. 중간에 서울 본부와 다른 지역에서 근무한 기간이 있어서 터키와 인연을 맺고 있었던 기간은 30년가량 됩니다. 터키대사관에는 정무, 경제, 문화, 홍보, 영사 등의 업무가 있는데, 저는 주로 정무분야를 맡았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 예우 업무와 한국을 터키에 알리는 ‘공공외교’를 담당했었습니다. 보람 있는 생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Q. 터키의 가장 큰 문화적인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한 마디로 정의하면, 문화와 역사가 있겠습니다. 터키는 문화와 역사의 나라입니다. 터키는 아나톨리아 반도에 위치했는데, 세계에 있는 반도들은 대부분 북에서 남으로 이어져있지만, 터키가 속한 아나톨리아반도는 동에서 서로 흐릅니다. 명실공이 동양과 서양을 있는 위치에 있다 보니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인류문명의 보고입니다.
터키의 아나톨리아반도는 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을 아우르던 지역입니다. 그 중 터키를 대표하는 최고의 건축물은 이스탄불에 있는 성소피아 성당입니다. 이 건축물은 비잔틴제국의 대표적인 건축물입니다. 또한 성소피아 성당의 바로 옆에 이슬람 문화를 대표하는 오스만제국의 ‘블루모스크’가 있습니다. 이 건축물은 2만1천개의 타일로 이루어져 있는데 햇빛을 받으면, 푸른색을 띈다고 해서 ‘블루모스크’라고 합니다. 터키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건축물을 들자면, 고대 로마시대의 도시 '에페스(EFES)'에 위치한 ‘셀시우스 도서관‘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건축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시대에 어떻게 이러한 정교한 건축물을 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집합주거 역사의 효시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 문명보다 더 오래된 인류 최초의 집단거주지인 ‘차탈회육’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집단거주지는 지난 1950년 대 중반에 발굴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아직도 발굴 작업이 진행 중 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당시 한 1만 명 정도 살았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점은 점토와 나무로 지은 평지붕 형태이고, 주거지에 길과 도로가 없다는 점입니다. 집들이 모두 합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출입구는 사다리를 이용하여 옥상 평지붕으로 나 있습니다. ‘인류 건축문명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인류 최초의 집단 거주지가 터키에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어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것은 지난 2012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습니다.

Q. 터키의 건축 또는 건설시장 동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도 건설이 강하지만, 터키도 건설이 강한 편입니다. 한국의 건설시장 진출대상은 중동지역의 국가였지만, 터키의 대상은 중앙아시아의 국가였습니다. 과거에는 한국의 건설 기술이 많이 앞섰지만, 현재에는 제가 볼 때에는 양국 건축․건설기술이 거의 비슷한 수준에 올라왔다고 봅니다. 건축․건설 분야가 서로 윈원(win-win)하는 차원에서 양국이 협력을 한다면 제3국에서 좋은 시너지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를 합니다. 현재 건축사사무소의 터키 진출은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1980년대 개발 붐이 일어났듯이 터키도 개발 붐이 현재 일고 있습니다. 2023년이 터키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 100주년을 놓고 터키가 대형 건설프로젝트를 많이 내 놓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실제로 터키의 대형 프로젝트에 현대, 삼성, SK, 포스코등 국내 기업이 많이 참여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앞으로 국내 건축사사무소들도 터키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대학을 기반으로 협력을 모색해 터키건축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Q. 터키가 외국에 대한 배타적인 경향이 있는지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일반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터키는 자국의 기술 개발을 거의 양성하지 않았습니다. 터키는 그동안 모든 필요한 두뇌(지식)는 외국에서 조달을 했었습니다. 터키가 이러한 이유로 인해 세계적인 자체 기술력이나 브랜드가 아직은 없습니다. 그래서 현 정부도 ‘우리의 자체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 수치다’라고 생각하고, 자동차를 필두로 브랜드를 개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래서 R&D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 전무했거든요. 총 GDP 중 R&D 투자 비중이 0.8% 수준입니다. 이 말은 터키사람들의 연구개발 투자가 아주 미미하다는 뜻입니다. 한국이 4%에 육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도 안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현 정부가 R&D 투자는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알고 추진 중입니다. 터키가 경제 성장을 하는데, 건축․건설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 됩니다.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Q. 터키에 대한 서적을 많이 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 권정도 집필하셨고, 앞으로도 계획이 있으신지요?
저는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터키의 역사와 문화에 매료가 된 사람입니다. ‘터키’라는 창으로 세계를 보게 되었습니다. 터키 오스만제국의 역사를 보니까 세계 모든 역사와 연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역사를 알게되니, 잘못된 내용이 있더군요. 서양 사람들이 본인들의 시각으로 역사를 해석하고 오스만제국을 아우르는 터키 역사의 중요성에 대한 부각을 안 시킨 것이었습니다. ‘이 역사를 균형 있게 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빛을 발하지 못한 터키의 역사를 재조명 할 필요성이 있다 느꼈고 그래서 책을 만들게 됐습니다. 터키가 갖고 있는 역사적․문화적인 현상에 대한 내용의 책이 많습니다. 책 중에 지난 2002년도에 낸「터키, 신화와 성서의 무대 이슬람이 숨 쉬는 땅」이란 책이 있는데, 그 해 베스트셀러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이 책이 저를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아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7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Q. 터키는 한국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제의 나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요?
2002년 월드컵 이후 한 네티즌이 “한국과 터키는 형제의 나라다”고 글을 올리자, “멀리 떨어져 있고 생긴 것도 다른데 어찌 형제 나라냐”며,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말씀드리면, 형제의 나라가 맞습니다. 그 이유는 문화적이고 전통적인 배경이 우리와 같습니다. 그걸 증명하는 것이 언어입니다. 아주 옛날 터키의 조상이 ‘흉노’입니다. 중국북방의 거대한 기마민족인 흉노족이 중국에게 압박을 계속 가합니다. 중국이 견디다 못해 만든 것이 ‘만리장성’입니다. 그런 흉노족의 역사는 우리의 고조선 시대이구요. 흉노족을 이어받은 터키민족이 ‘돌궐’입니다. 흉노족은 문자기록이 없지만, 돌궐은 문자기록을 남겼습니다. 돌궐의 시대는 우리의 고구려 시대입니다. 당시에는 그 넓은 몽골 초원의 땅에 여러 민족이 다 같이 살았습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언어를 사용했었구요. 그렇게 함께 살던 투르크족 사람들이 서방 쪽으로 이주를 계속하게 됩니다. 그렇게 터키까지 오게 된 겁니다. 우리민족과 터키민족이 같이 살았던 증거를 보면, 아까 말했듯이 바로 언어인데요. 터키어와 한국어, 몽골어가 가장 가까운 언어군에 있습니다. 문법과 문장구조가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산민족’이라고 표현합니다. 같이 살다가 헤어진 민족이기 때문입니다.

Q. 터키인들은 한국인들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지요?
그렇습니다. 가보시면 알겠지만 한국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터키인들은 한국을 얘기할 때 ‘한국전쟁’에 대해 빼놓지 않고 얘기를 합니다. 한국전에는 15,000명이 참전했고, 현재는 4,500명의 참전용사분이 생존해 있습니다. 이 분들이 양국 간 혈맹관계에 초석을 놓고 우호 교류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하시는 분들로, 저도 이분들의 명예 고양을 위해 많은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터키인들도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많은 정을 베풀기도 합니다. 한국사람들도 그 정을 잊지 못해 다시 터키를 찾기도 하구요.

Q. 터키 내에 한국인이 얼마 정도 있으며, 대부분 어떤 직종에 근무하고 있는지요?
대략 3,000명 정도 됩니다. 그 중에 한 80%는 이스탄불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삼성, SK, LG, 현대, 포스코, CJ 등 대기업에서 파견 나온 근무자와 가족들이 많이 있고,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분들이 섬유업을 했습니다. 터키인들이 고급원단을 한국에서 수입하여터키에서 의류를 제조해서 유럽 등지에 수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한국의 전자제품의 인기도 많습니다. 터키인들은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는 것을 알고 있고, 우리의 기술력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도와준 나라가 이제 잘살게 되고,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것에 대해 티키인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Q. 혹시 터키 추천 여행지가 있다면 어디가 있을까요?
터키는 세계6대 관광국입니다. 프랑스, 미국, 중국, 스페인, 이태리 다음으로 터키입니다. 이렇듯 관광대국인데, 지난 해 3,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고, 300억불의 외화수입이 있습니다. 역시 터키 관광의 백미는 이스탄불입니다. 이스탄불 전체가 관광지입니다. 다니는 곳곳마다 역사의 숨결이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아까 말했던 고대 로마도시가 많이 있는 ‘에페스(EFES)'입니다. 이곳은 거의 원형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자연이 빚어놓은 신비스러움을 볼 수 있는 ’카파도키아와 ‘파묵칼레‘ 라는 곳이 있습니다. 카파도키아는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으로,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의 핍박을 피해 살았던 곳으로, 사람이 살 수 없었던 지역입니다. 석회암에 동굴을 만들어서 살았습니다. 파묵칼레는 동화 속 같은 곳으로 하얀 온천지역입니다.

Q. 끝으로 전국의 건축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터키는 인류 문물의 흔적인 고대 건축물이 사방에 널려 있습니다. 건축사분들께서 터키에 한번 와서 역사적인 건축물을 보길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한 가지 또 이스탄불이 하계올림픽을 유치하고자 노력을 많이 하였으나 5번이나 유치에 실패하였습니다. 2024년 하계올림픽은 유치가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그러면 터키에 많은 개발 붐이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이런 점을 대비해서 미래협력을 위한 준비를 차분히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의 건축문화 수준은 매우 높은 것으로 터키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와 중동을 연결하는 터키 시장에 진출을 한다면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