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사전적의미를 살펴보면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위한 방책” 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하여, 자본력이 움직이고, 자본력을 움직이기 위한 정책이 수립되고, 그 정책아래 모든 분야가 시녀가 되어 움직여간다.
건축 건설 정책도 개발수익을 위해 분양가가 높은 아파트사업에 치중한 정책으로 인해 지주들은 높은 지가를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고, 그 방법을 제시하는 대기업 건설사들의 수주경쟁은 이어지고, 지역의 특성도 도시의 특성도 없는 신도시는 여기저기 들어서며 집값을 올리고 서민들을 빈곤에 빠지게 하고 있다.
작금의 건축 건설 정책을 움직이는 것은 사업성을 앞세운 수익과 자본력이고 기술과 지식을 위한 정책은 찾아 볼 수가 없다.
거대해진 자기 몸을 지탱하지 못해 소멸한 공룡처럼 거대해져가고 과해져가는 정책들은 누구를 위함인지, 무엇을 위함인지 방향을 잃은 채 달려가고 있다. 이 질주를 멈추고 이제는 건강한 지체를 위해 치유를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건축설계 산업 정책에서 근본적으로 적용하여야하는 원리를 몇 가지 제안 해 본다.
 
첫째, 건축설계의 정체성이다.
모든 건설 정책에 묻어가는 투명인간과 같은 정책이 아니라 건축설계의 정체성을 확보하여 고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 건축설계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작의 작업이며, 다양한 협력 분야와 협업하지만 모든 분야의 중심이 되어 건물이 완공되어 최초 창작한 안이 실현되기까지 책임 및 권리를 주장하여야하는 역할 인 것이다.
실적이나 규모가 아닌, 설계 자체의 질과 능력을 바탕으로 건전하게 경쟁 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좀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일이다. 단순하지도 않다. 혹은 불공정의 오해나 부정의 질타에 책임을 져야 하는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설계 분야의 건전한 경쟁은 설계 능력의 발전으로 드러날 것이며, 설계 능력을 위주로 한 평가가 지속 될 때 지적 산업의 평가 능력의 향상을 가져오며, 설계 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비로소 많은 시간을 설계 본연의 연구에 할애하여 전문직의 보람을 얻게 될 것이다.

둘째, 건축설계의 독립성이다.
건축설계는 건설 산업 정책에서 어느 분야에도 속하지 않고 스스로 존재 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 되어야한다.
하나의 건물이 완성되기까지, 혹은 하나의 도시가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요소와 조건들을 분석하고, 예측하고, 종합하여 결과물을 창출해내야 하는 참으로 다양한 기술이 집약된 전문분야 이다.
건축설계 정책은 건축물이 생성되고 사용되고 소멸하는 그 시간동안의 모든 과정에 건축 설계 전문가가 개입되어 독립적으로 전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누군가 선점하여 정책으로 만들면 그만인 그런 정책이 아니고 실제 역할을 담당해야하는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정책으로 인하여 사회가 변화되고 인식이 바뀌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선행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산지가 대부분이며, 3면이 바다에 면하여 있고,
좁은 대지를 연구할 수 있는 정책이 있었다면 안도 다다오는 대한민국에서 나왔을 것이다.
경사지를 연구 할 수 있는 정책이 있었다면 전원주택이 축대위에 올라앉아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해안 건축을 연구 할 수 있는 정책이 있었다면 지중해 해안의 경치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설계 기술을 위한 정책은 마련되어 있는가?
우리 체격에 맞는 우리 입맛에 맞는 신토불이 정책을 추구해야 가장 세계적인 건축을 만날 수 있다.

건축설계 산업을 위한 정책 수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설계기술능력 자체를 발전시키고 향상 시킬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설계 정책은 산업으로 다루어서도 문화로 다루어서도 안 된다.
건축설계 자체의 고유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독립적인 정책을 수립하여야하며, 무엇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정책으로 방향을 잡아야한다.
큰 정책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정책들 안에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기본에 충실하며 서로를 북 돋을 수 있는 선한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의 대부분의 건설 정책들은 권력을 부추기며, 약한 곳을 공격하며, 이권을 선점 하는 데는 룰이 없다.
정책은 악을 부르는 그 전쟁터에 도움 받이가 되고 있을 뿐이다.
그 안에서 너무 많은 피를 흘리고 상처받고 실망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배가 불렀다 할지라도 불행의 그늘에서 모두가 곤고하다.

이제는 기본을 중요시하고 전문적인 역할을 존중하며 서로의 분야에 경의가 있는 품위와 격조가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모든 건설 정책의 첫마디에 위치하고 있어 매우 신중하고 중요하게 다뤄져야하는 건축설계에 대한 정책이 새롭게 수립되고 건강하게 시행될 때
우리가 사는 이 나라에서 이 세대에 세계적인 건축사와 세계적인 건축물을 만나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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