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총회에서 30대 회장이 새로 선출되어 협회 역사 50년을 맞이하는 새 집행부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특히 그 이틀 전에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의 새로운 정부와 보조를 맞추게 되는 집행부가 되는데, 변화의 시대에 맞추어 혼란 속에 방황하던 건축계의 희망의 등불이 켜지길 바랄 뿐이다.

반세기의 짧지 않은 역사를 만들어 오면서 우리 협회는 이제 명실 공히 건축계의 중심으로 우뚝 올라서게 되었다. 20년 숙원사업이었던 건축사공제조합이 설립되었고 건축사등록원, 건축사교육원이 속속 본 협회 주도로 설립되어 업무를 개시하고 있다.

건축학교육 5년제 시행 10년 만에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계 중심단체가 되었고 건축학교육 5년제의 결과로서 건축사의 법적, 제도적, 사회적 기능을 다하도록 전문가단체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 또 지난 총회에서는 그동안 세 번이나 상정된 바 있었던 회장직선제와 임원임기 3년 연장 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어 더욱 변화를 촉구하는 뜻 깊은 날이 되었다. 이런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출범하는 30대 집행부는 어떤 자세로 대한건축사협회라는 큰 배를 이끌고 가야 할 것인지 자못 심각하게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역대 어느 집행부에서도 건축사들이 처한 현실을 개탄하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개혁과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건축사들의 환경이 좋아진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작금은 건국 이래 최악의 건축경기이니 더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원칙에 충실하며 기본을 다지는 길이 첩경일 수 있다. 이제 새로 선출된 회장과 새 집행부에게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이 자리를 빌어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건축사와 대한건축사협회의 정체성을 새로 확립해야 한다.

이제 건축사는 국내면허가 아니라 국가 간 상호인정제도에 따라 국제적으로도 인정되어야 하는 국제면허이다. 자격제도, 등록제도 등이 새로 정비되어 시행되고 있다. 건축사의 업무량은 많아지고 책임은 커졌으며 많은 전문기술분야들의 협업을 필요로 하는 오케스트라의 작곡자 겸 지휘자가 되었다. 최고의 자격을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와 정책이라면 그 제도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과연 건축학교육 5년제와 국가 간 상호인정제도에 맞는 건축사정책인지 다시 원점에서 건축사와 협회의 정체성을 찾아나가야 한다.

둘째,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며 협회를 자발적 참여의 장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우리 협회는 건축사들의 자격공동체, 지식공동체이며 생활공동체이자 이념의 공동체이다. 혼자 할 수는 없지만 함께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 큰 흐름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전문가 공동체이다. 공동체의 가치는 구성인자들이 만들어 나가야 하고 지휘관의 철학과 탁월한 리더쉽이 있어야 한다.

협회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내가 협회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묵묵히 봉사하며 종교공동체에 헌금하듯이 적극적인 자세로 전문가공동체에서도 봉사하여야 한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전문직을 위해서-. 그렇게 해서 뜻과 지혜와 능력을 모으고 올바른 시대정신에 따라 방향을 잡고 항해를 한다면 반드시 우리의 희망을 찾을 날이 올 것이다.

셋째,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아무리 먹고살고 힘들다 해도 울기만 하고 궁상만 떨어서는 점점 더 사회로부터 외면당한다. 비록 냉수를 먹을망정 의연한 모습으로 자신의 길을 연마하고 능력을 키우면 반드시 보답이 오리라 생각한다. 문화의 힘과 의지의 힘을 보여주는 국제가수 싸이나 스타강사 김미경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향해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해뜰 날이 있을 것이다. 건축사도 자기보다 나은 성과를 이룬 사람에게는 박수쳐줄 줄도 알고, 비판이나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열린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협회 50년, 건축사 50년을 준비하며 기본을 재정비하고 미래를 위해 도약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기 위한 원론을 얘기해 보았다. 새 회장과 집행부는 사려깊고 실천력 있게 주어진 사명을 다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건축사의 품격과 자존심을 떨어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전문가 역할이 되고 단체가 되기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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