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업계가 왜 이리 어려운가? 전반적인 건설경제의 침체인가, 아니면 건축사 배출수가 많아서인가? 통계적 자료를 근거로 원인분석하면 결론은 명확해진다. 건축시장이 작아서가 아니라 적정시장을 관리하는 건축사의 능력이 부족해서다.

세계적으로 인구3천명당 건축사1인 기준으로 건축사를 배출한다. 우리나라는 약1만7천명의 건축사자격자가 있으니 적정하다. 또한 우리나라 경제규모로 볼 때 보수율4~5%를 유지하면 건축사1인당 연간2억 원이상 매출이 가능하다. 그런데 건축사들이 저가저품질 경쟁하느라 보수율을 2~3%로 반토막 낸 것이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5천 원, 2만 원, 5만 원 메뉴가 적절히 배분되어 있다가, 2만 원 메뉴가 5천 원으로 바뀐 것이다. 시장규모에서 물량은 같은데 가격만 하락한 것이다. 그러면 다시 정상화 할 길은 없는가?

음식은 소비자가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가격과 가치를 판단하지만, 건축은 소비자에게는 희귀한 거래이므로 공급자인 건축사가 시장형성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건축사간 공감대 없어서 저가경쟁에 빠진 것이다.

정상화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하면 대부분의 결론은 협회가 대책을 내놓아야한다고 핑계와 불평이다. 이에 대해 어떤 교수가 농담으로 대책을 내놓아 잠시 기쁨에 넘쳤다. “건축사들이 모두 모여 1개회사로 되면 1개회사 맘대로 보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자 건축사들이 “교수님이 회장되셔서 그렇게 해주세요.”하며 교수를 추켜세웠다. 어느 건축사도 “아, 그러면 우리가 모여 1개회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라고 주도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건축사들이 1개회사를 만들 수는 없지만 그와 비슷하게는 할 수 있다. 우리가 빈번하게 대하는 과일 브랜드 “SUNKIST”는 영세영농업자들이 공동 매뉴얼에 따라 각자 생산하고 공동 품질관리하여 단일가격으로 공동판매하는 협동조합이다. 건축설계도 동일한 시스템을 적용하면, 지금 같은 영세업체의 무한경쟁을 벗어나, 건축시장을 3개로 대분할 수 있다. 하나는 건축대가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명품대형시장이요, 또 하나는 신고건축 등 저가저품질시장이요, 그리고 고품질적정가를 표방하는 건축사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이다.

작년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다. 재화와 용역의 구매, 생산, 판매, 제공을 협동하여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할 수 있다. 조합원끼리 합의하여 건축설계?감리를 분리하거나, 품질과 가격을 공표하고 영업할 수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원인 건축사는 출자금과 회비(수수료)를 모은 거대자금으로 조합을 광고하고, 취약한 건축사를 후원하고,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으며, 품질감독관을 고용하여 위법건축 퇴치운동도 할 수 있다. 조합원끼리 우수건축자재를 선정하고, 특기하여 사용하게하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건축자재 중 1%만 특기하고 10%수수료를 받으면 그 금액이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자, 이제 새로운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시대 건축사들의 시대정신(時代精神)이 필요하다. 건축사들의 의지와 결단과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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