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자본주의'와 '안전의 계급화' 현실 속 침투
정부의 행정기능 정상화와 공공 영역의 강화 필요

근래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세월호 침몰,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등 각종 사고와 재난이 연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두 권의 책으로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찰스 페로는 자신의 저서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 가>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고위험 시스템이 불러오는 '정상사고' 또는 '시스템 사고'라고 설명하면서 이것은 예측가능하지 않고, 인간이 만들어낸 복잡한 시스템들 자체에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들을 한 개인이나 특정 조직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는 오히려 '정상사고'를 막기 어렵게 된다. 시스템이 복잡해진 이유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더 편리하고, 더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러면서 시스템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위험한 환경 속에 놓이게 된다. 특히 시스템을 구성하는 부분들이 기존의 것에서 점점 대규모로 변경되고 개선되는 과정에서 이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에 상호작용이 복잡해지고 점점 더 긴밀하게 연계된다. 여기서 핵심은 그 과정 속에서 이미 내부적으로 상충되는 조직구조가 형성된다는 것, 즉 정경유착과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에게 위험부담을 지게 하는 권력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사회비평가 나오미 클라인은 저서 <쇼크 독트린>에서, 재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규제 없는 자본주의'의 공습을 '재난 자본주의'라고 이름 지었다. 오늘날에는 '재난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안에서 끔찍한 사고가 나면 문제가 개선되기보다는 그 반대의 기회로 작동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재난은 당사자에겐 절망이지만 시장엔 기회다. 절망을 복구하는 과정 자체가 수요를 창출하는 까닭이다. 재해 발생 시에 경제성장률은 평시보다 오히려 웃돈다는 연구가 '파괴의 경제학'이라고도 불리는 재난경제학 안에서 이뤄진다. 더욱이 극단적인 시장만능주의자들은 재난을 틈타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고 통치 세력들은 자신들이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더욱 강력하게 전개한다. 이것이 '재난 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다. 민간에 국가의 기능을 아웃소싱한 정부는 재난을 막을 능력이 없다. 발생한 재난 상황을 해결할 능력도 갖지 못한다. 국가의 부수적인 분야를 먹고 살았던 시장이 핵심 기능까지 먹어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무능과 대중의 당황을 바탕으로 자본은 재난을 기회로 공공 영역을 더욱더 잠식해 들어간다. 전술한 사고들과 사고수습과정은 재난 자본주의가 지금 어떻게 이 나라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너무나 명확하고 간결하게 보여준다. 돈 때문에 사고와 그 피해가 커졌고, 사고 후 다시 돈을 좇는 이들이 끼어들었다. 정부는 무능해선지 부패해선지, 적극적으로 그들의 손아귀에 책임과 권한을 내줬고 더 내주려고 한다. 재난 현장이 돈벌이의 장이 된 것이다. 재난을 취하고 재난을 배설하는 자본주의의 역설이다.

더 심각한 부분이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재난은 사회적 단합이 일어나는 시기로 여겨졌다. 즉, 하나로 뭉친 지역사회가 구역을 따지지 않고 합심하는 보기 드문 순간이었다. 그러나 재난은 점차 정반대로 변하면서 계층이 나뉘어 있는 끔찍한 미래를 보여주었다. 경쟁과 돈으로 생존을 사는 세상 말이다. 안전이 정부로부터 균등하게 공급되지 못하면 안전이나 치안의 문제를 개인이 스스로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의 계급화'가 나타난다. 지금이라도 정부 기능의 무력화가 아닌 공공 영역의 강화로 변화될 수 있도록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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