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年 토끼해도 저물어 간다. 신년벽두에 모두가 건강과 소망을 기원하며 시작한 한 해가 얼떨결에 지나가고 다시금 2012년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가만히 지나간 한 해를 곱씹어 보면 꽤나 많은 일들이 내 주변에서 생멸(生滅)하였음을 느낄 수 있다. 여기 내가 온전히 있다는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마음이 가슴깊이 다가오는 것은 내가 약한 존재여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변화무쌍한 환경에 잘 적응하여서 일까!

오래전에 대학원에서 경영학 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환경변화에의 적응이라는 명제가 거의 모든 과목에 걸쳐 소개되고 있었으나 젊음의 탓이었을까 가슴깊이 와 닿지는 않고 그저 시험점수 잘 받으려고 밑줄 치며 공부한 적이 있다.

몇 년이 지나서 우리나라가 IMF 구제 금융을 받는 엄청난 경제적 혼란을 겪으면서, 사라지는 회사와 살아남는 회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개념 없이 공부하였던 “환경변화에의 적응”이라는 명제가 현실감 있게 각인되었던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도 결국은 환경변화에 맞추어 생존하기 위해 적응하는 과정을 연구한 것이고, 우리의 사회적 삶을 규율하는 “법(法)”이라는 것도 그 글자의 숨은 의미는 “물 가는대로 가는 것” 즉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간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

법(法)이 우리의 현실 환경과 맞지 않으면 악법(惡法)이 되어 법(法)의 규율을 받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기도 하고, 나아가 국가사회 발전을 저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환경의 변화를 건축계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살펴보자.

국제적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도 건축시장은 104조원 규모이었으나 금융위기의 영향을 직접 받은 2009년도 2010년도는 각각 78조원 71조원으로 대폭 감소하였다. 또한 최근의 유럽경제위기에 따른 국내경기위축과 내년도 복지예산 증액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당분간 건축시장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편으로 한․EU FTA, 한․미 FTA 결과로 우리 설계시장의 상당 부분을 유럽이나 미국건축사가 가져가게 될 것이다.

국내건축에 대한 요구도 친환경․에너지 절감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이는 몇 년 전과는 차원이 다른 환경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건축계는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어렵다고 한탄만 할 것인가? 안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1965년 수출 1억 달러에서 2011년 말 5,000억 달러라는 위업을 달성하였다. 세계사적으로 짧은 기간 내 5,000배의 수출실적을 달성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 한다. 이는 각 경제주체가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우리 건축계도 좌절하고 한탄만 할 수는 없다고 본다. 협회를 중심으로 중지를 모아 의지를 갖고 환경의 변화에 적응력을 키워나간다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건축,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건축이 될 것으로 믿는다.

환경은 쉬지 않고 변한다. 따라서 우리도 계속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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