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그 시대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개정되기도 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선행 장치로 제도적 방향을 선도하고 진흥시키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은 우리에게 적절하고 유용한 법이다.

건설 주도의 제조업 마인드가 강한 나라에서 지식산업 기반으로 창의성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건축설계 산업이 주목 받지 못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건축설계 산업 자체가 건설에 비해서 경제적 볼륨은 크지 않지만, 선제적으로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1980년대 삼성그룹이 미국 건축사사무소에 설계를 의뢰하고 이후 모든 설계 자재 스펙에 미국산 자재들이 들어 있었다. 이후 이를 계기로 미국산 마감재며 각종 건축자재들이 국내에 수입되어 시장을 상당히 자극한 적이 있었다. 건축 설계는 이런 영향력이 있다. 또한 건축 설계는 매출이나 경영지표보다는 디자인 역량이 최우선이 된다.

해외의 경우는 단순한 디자인 역량뿐만 아니라 얼마나 독창적이고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 건축 설계인가가 중요하고, 이런 이유로 직원이 몇 명 안 되는 아틀리에 건축사사무소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나라가 프랑스나 북유럽 국가들이다. 당장 올해 서울국제건축영화제에서 상영된 파리 바스티유오페라극장 설계공모에서 혈혈단신으로 당선된 건축사 이야기에서 이를 확인 할 수 있다. 

전체 시장의 80%가 5인 미만의 중소 아틀리에 건축사사무소인 국가에서 이를 방치하고, 몇몇 대규모로 성장한 건축사사무소에 집중하는 정책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의 “역량 있는 건축사”에 대한 법적 지위와 내용은 고무적이라 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역량”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와 표현이다. 건축사는 이미 국가가 인정해서 배타적 직업 자격의 전문성을 확인한 것임에도 “역량 있는” 건축사라는 구분을 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내용을 보면 정확하지도 않다. 이런 불필요한 거친 표현 때문에 대다수 건축사들이 감정적 거부감을 드러내고 반발하게 만들었다.

건축사들 사이 “역량 있는” 건축사가 있다면 나머지는 “역량 없는” 건축사라는 말이 되는데, 매우 잘못된 용어다. 이런 오해는 비생산적인 논란을 일으키고, 반발심의 각종 제도와 규칙을 만들어내도록 자극 하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용어로 대체해야 하고, 대상 또한 명확하게 해서 건축사 사회에서 논란을 불식 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수상 건축사”처럼 선명하게 대상을 만들고, 각종 설계공모나 건축상을 수상한 건축사들로 한정하고, 공동수상이 아닌 단독 수상자로 해서 역할에 대한 성과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각종 특허나 기술 같은 것은 사실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의 방향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이는 삭제하는 것이 옳다.

“역량 있는” 건축사 대신 “수상 건축사”로 하고, 공동수상이 아닌 단독 건축사로 해야 하며, 각종 건축상 또는 설계 공모 당선작 건축사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법을 개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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