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교수
이동흡 교수

최근 건물의 에너지 체질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연일 지면이 뜨겁다. 제로에너지와 같은 강력한 에너지 규제로 건물 운영에 필요한 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건축 재료에 내재된 체화탄소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건축 자재로 인한 체화탄소의 약 80%가 구조 제품에서 나온다고 한다.1) 이제 구조관련 건축 요소를 선택할 때 제품에 내재된 탄소 정보를 확보하고 배출잔량이 없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가 되고 있다.

현재 배출잔량의 상쇄 대안으로 목재를 대형 구조물의 구조재로 사용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렇지 못하면 상쇄할 수 없는 배출잔량은 탄소배출권 또는 탄소상쇄 크레딧으로 갚아야 한다. 이 외에도 탄소포집 활용 저장기술인 CCUS 등을 지목하고 있지만, 아직 완성된 기술로 나오기 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목조건축은 이러한 기술이 완성되기까지 탄소상쇄 시간을 대신해준다. 
 

목재는 생물학적 탄소 순환을 반복한다. 화석 탄소와 다른 점은 대기의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생물학적으로 순환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목재가 수확되어 제품으로 사용되거나 자연적으로 부패하든 간에 숲이 재생되고 어린 나무가 다시 탄소를 흡수하는 주기가 계속된다. 콘크리트 및 강철과 같은 재료를 대표하는 화석 탄소 순환과는 완전히 대조된다. 젊고 활발하게 자라는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흡수하고 성숙하면서 그 흡수 속도는 느려진다.

성장하는 숲은 장기간에 걸쳐 탄소를 흡수, 저장 및 방출하는 순환을 반복한다. 이 결과물이 바로 목재이며, 반드시 시간이 경과돼야 얻을 수 있는 재료다. 한 번 순환하는데 최소 50년 이상이 걸리므로 여유를 갖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목재를 얻을 수 없다. 이후 목재가 제품으로 제조되어 건물에 사용되면 탄소 완화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된다. 목재가 목조건축으로 이용되는 동안 목재를 벌채한 땅에서 수목이 자라면서 탄소 순환과정을 반복하며 탄소저장량을 불려간다. 마치 복리예금과 같이 원리합계식으로 탄소상쇄량을 늘려간다. 여기에 수명을 다한 목조건축은 재활용으로 추가적인 상쇄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산림은 본격적으로 목재를 생산할 시기를 맞고 있지만 채산성이 낮아 경제적으로 외면당하고 있다. 싼값의 목질보드나 칩, 에너지 용도로 대부분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세계는 혁신적인 디자인 전략과 CLT, 구조용집성재와 같은 공학목재 제품의 개발로 목재는 중·고층건물 재료의 옵션으로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 설계 유연성, 시공 속도 및 환경 영향 감소와 같은 목조의 장점이 추가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목조건축의 순환사이클은 탄소격리를 최적화하고, 저장을 최대화하며, 배출은 최소화해 준다. 이 사이클이 커지면 커질수록 시너지 효과 또한 크다.

따라서 대형 목조건축과 같은 대순환 사이클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높은 비용에 대한 인식과 변화에 대한 업계의 저항 때문에 진전되지 않고 있다. 또 잘못된 정보와 낮은 제품 가용성은 저탄소 제품의 사용과 조달을 더 복잡하게 하거나 강도나 품질에서 열등하다는 오해를 불러오고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지혜를 건축계로부터 구하고 싶다.

1)https://americas.uli.org/wp-content/uploads/ULI-Documents/Greenprint-Embodied-Carbon-Report_FINAL.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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