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건축사
이세영 건축사

요사이 미팅시간에 일찍 도착해 기다리거나 업무 중 약간 시간이 비는 경우가 있을 때는 의도적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 예전에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어 기사를 보거나 했었다면, 요즘은 그냥 ‘멍 때리기’를 하는 것이다. 창밖 풍경을 바라보거나, 그냥 지그시 앞을 보면서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뇌가 멈추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멍 때리기를 하며 필자는 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음을 알게 되고, 좋은 기억으로 남는 프로젝트와 고생했던 프로젝트 등을 떠올리며 미소 내지는 썩소(썩은 미소)를 짓기도 한다.

요즈음은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앞으로의 건축은 어떻게 바뀔까?”
공과대학에 속해있는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는데 재학 중 들었던 얘기 중에 “건축과는 공대에 속해있지만 건축설계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관계없이 아니면 큰 변화 없이 진행되어 왔고 진행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 말에 동의했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7년 전쯤에 태양광발전설비에 대한 계획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보급이 활성화된 지붕에 설치하는 태양광 집광판이 실제로는 별도로 공간을 할애해야 하고,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있던 지인이 대뜸 그럼 벽재료를 태양광의 집광이 가능한 재료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우선 창문에 필름을 붙이듯이 태양광을 집광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순간 머리가 ‘띵’했었다. 곧 바로 태양광기술자에게 물어보니 이미 기술은 있지만 아직은 여러 가지 이유로 상용화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용화해서 설치하는 기업이 있다.

생각을 좀 더 진행시켜봤다. ‘미래의 주거시설은 어떻게 될까?’(필자는 주거시설에 관심이 많다.)라는 생각 말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단열적인 측면만 생각해봐도 패시브주택을 넘어서 액티브주택으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할 것이며, 유비쿼터스와 사물인터넷은 이미 적용하고 있으니, 더욱더 발전할 것이다.

TV 프로그램에서 물리과학자가 출연해 “변형이 가능한 물질이 개발되어 공간구획도 지금과 같은 고정된 물질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고, 프로그램에 의하여 변형이 가능한 물질로 된 벽으로 공간을 구성하였다가 필요에 의해 없애고, 다른 곳에 세워지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것을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에는 아주 먼 미래 얘기일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과 같이 변화하는 속도가 빠른 시대라면 ‘곧’ 실현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건축사의 업무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솔직히 문장을 써 놓고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다만 그러한 변화는 우리가 대처하지 못할 정도로 닥치지는 않을 것이기에 과학기술과 사회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발전하고 있는 기술에 대한 뉴스를 확인하고, 더 나아가 관련된 분야라면 공부하고 익히면서 준비해나가야겠다는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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