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건축사
김예은 건축사

짧은 스태프 시절을 거쳐 스스로 사무실을 운영한 지 3년이 됐다. 경력이 쌓이고 외부 활동도 많아지면서 이전과는 달리 다른 분야 분들과의 만남도 자연스러워지고 자연히 나를 소개하는 자리도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저의 직업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사’입니다”라고 소개하는데 건축사 직업을 바로 알아듣는 이들이 많지 않다. “건축사는 무슨 일을 하는 건가요?”, “건축가와 건축사는 다른가요?”, “시공이랑은 다른 것인가요?”라고 묻는 분들이 많다. 

질문을 받는 난 최대한 쉬운 설명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일정한 자격을 갖춰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 감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는데, 그러면 보통 “아~”라며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말끝을 흐린다. 

건축사의 법적 정의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으로서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 등 '건축사법' 제19조에 따른 건축물의 설계 및 공사 감리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렇게만 설명하면 누가 알아듣겠는가? 그래서 사무소를 찾는 건축주 중에는 실제로 함께 어떤 일을 진행해 나가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담당 공무원이 가라고 해서 찾아왔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다. 

대학 입학 후 받은 단골 질문이 “왜 건축학과에 들어왔는가?”였는데, 함께 수업을 들었던 동료 학생 중 절반이 ○○하우스나,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사가 등장했던 ○○의 품격,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고 건축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을 갖고 입학한 경우였다. 

이렇게 미래 예비건축주라고 할 수 있는 대중에게 건축사의 자격과 업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기에 건축사의 업역이 침범되는 일이 많다. 우리의 땀으로 이뤄지는 설계가 시공 시 전해지는 무료 혜택이 되는 일도 없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대중을 상대로 한 건축문화 교육의 중요성이 계속 언급되고 있다. 전문자격사인 건축사에 대한 낮은 인식도를 고려할 때, 건축문화교육은 다음 세대의 건축 인력을 길러냄과 동시에 ‘예비건축주를 위한 교육’,‘올바른 소비자’를 교육하는 차원까지 확장돼야 한다.

아울러 건축사 한 명 한 명의 노력도 중요하다. 우리 각자는 대중에게 최대한 알기 쉬운 언어로 우리 직업을 소개하면서 SNS나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이용해 건축사의 인식개선에도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나 의사처럼 굳이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건축사’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며, 건축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건축사사무소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날을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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