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관련 법들의 개정 및 입법이 수시로 발표·시행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 민원인을 상대하는 건축 관련 공무원뿐만 아니라 각종 인허가 대행을 하는 건축사 역시 잦은 입법과 개정으로 혼란을 겪는 중이다.

건축법 시행령의 경우 2021년에만 약 17회의 개정이 있었고,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역시 거의 매년 개정이 됐다. 2021년 9번, 2022년 5번에 달한다.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도 거의 매년 개정·강화되고 있다. 주택법·건설산업기본법 등 건설 관련 법으로 확대하면 개정·입법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변동성이 높다 보니, 인허가 권한을 갖는 공무원이나 설계주체인 건축사들은 매번 초보자처럼 법규를 찾아보게 된다. 법 개정에 따른 유불리 때문에 시간에 쫓겨 인허가를 진행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면 허가를 받더라도 계속 설계변경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간·노동력 낭비로 이어지고, 의도치 않게 야근 등 노동환경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산업 전반의 열악함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사건·사고가 나면 순식간에 부작용이나 기타 영향들을 고려치 않고 바로 개정과 입법으로 나서는 행정환경은 이런 문제를 지적해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문제의식도 전무한 실정이다. 물론 진행하면서 문제가 있다면 개정도 필요하고, 입법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현재 수시로 발표되는 건축 관련 법 개정 사항들을 보면 의문이 드는 것이 많다. 건축은 무조건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개념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기 어려운 분야다.

건축의 주체는 오래된 집에서 거주하는 노인도 될 수 있고, 거대 자본의 기업도 될 수 있고, 국가도 될 수 있다. 그만큼 각자 처한 경제적 환경이 다르다. 법이라고 하는 것은 보편적이고 보통의 사람이 행위를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건축과 같이 특정 분야는 그 사회의 가치적 지향점을 목표로 설정하고 만들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지속 가능한 친환경을 목표로 삼더라도 적정한 건축행위 주체의 경제적 역량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최상위 등급만 고집한다면, 특정 경제 계층에겐 언감생심이 될 수 있다. 현재 무조건 강화되는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설계기준’이 대표적이다. 해외와 비교해 보면 현재 국내 상황에 대한 의문과 문제점이 드러난다.

당장의 필요에 따라 경제성을 고려해서 건축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고, 위험분산 관리로 운영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있다. 미국의 목조 관련 건축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회·경제적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입법되고, 수시로 개정되는 현재의 우리나라 건축 관련 법행정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건축 관련 입법들이 정말 여타의 문제를 같이 고려한 것인지, 즉흥적으로까지 보여지는 법개정 횟수가 합리적인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너무 자주 바뀌니 건축사도 혼란스럽고 많이 괴롭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