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필서 건축사
강필서 건축사

은행 지점장을 하던 친구가 퇴직을 했다. 은행원들은 정년퇴직 시 받는 퇴직금과 그만둘 때 주는 보상 퇴직금을 비교해서 본인에게 유리한 상황이면 퇴직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한다. 몇 개월을 금융 관련 업종에 원서를 쓰고 면접을 다니며 구직활동을 하더니 최근 개인택시를 하겠다고 말했다. 호출 앱 탓인지 택시잡기가 어렵고, 또 택시가 부족하다는 요즘의 상황, 일정 비용을 주면 개인택시의 권리를 사서 원하는 시간에 운전하며 적당한 소득을 얻으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들이 고려된 모양이지만 교육을 이수하는데 순번대기가 많아서 아직도 시작을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건축사는 정년에 대한 부담이 없는 직업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워라밸의 차원에서 본다면 언제까지 일하고 언제부터 또 다른 제2의 삶이 될  ‘즐김의 삶’을 살 수 있을지 모호한 직업일 수도 있다. 

젊은 건축사들의 개업이 빨라지면서 직원 구하기는 어려워지며 관공서에 가면 실장이나 직원 보내라고 하는 눈치가 보일 때도 있을 것이며, 입찰은 적어지고 설계공모로 전환 되는 추세라 끊임없이 젊은 건축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돈 좀 벌었다는 친구들도 클라이언트로 보이던 시기가 끝나가고 설계 외 감리, 건축사 업무대행, 건축물관리점검, 해체공사감리 등에서도 벌칙과 규제가 사방 지뢰밭처럼 널려있는 가운데 국민연금 외의 노후대비가 전무한 상태라면 정년이 있는 것이 더 두려울 법도 하다. 축척된 부가 부족하다면 끊임없이 일하다 생을 마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올해 부산영화제에 출품한 하야카와 치에 감독의 ‘플랜75’라는 영화에서는 75세 이상이면 본인의사가 있을시 정부에서 존엄사를 시행해 주는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정부에서 플랜75의 성공적인 정착으로 플랜65를 준비한다는 뉴스로 마무리 된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프랑스의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스위스 조력자살에 대한 뉴스가 이슈로 떠올랐다.

고령화와 인권이 사회적 고민거리가 됐다. 건축사의 고령화도 협회의 입장에서 볼 때 문제가 될 것이다. 최근 건축사의 신규 시험 합격자의 증가세로 볼 때 건축사들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고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 건축을 하는 건축주도 많이 없어질 것이며, PF도 어려워져 건설업체가 줄도산 하는 국제적 불황을 우려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건축사의 협회 의무가입이 법제화 되어 회원이 아닌 건축사는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건축사들의 퇴직과 이후 노후에 대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이 든다. 협회 차원에서도 업역을 확대하고 적절한 보수 체계가 구축되어 퇴직하고 즐길 수 있는 삶이 있는 건축사의 노후를 계획하면 좋겠다. 그렇게 되어야 젊은 건축사에게도 희망이 생기고 일하겠다는 직원도 생길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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