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심사위원 구성시 ‘도외 인사’ 포함 위원풀 다양화·공공건축가 매칭
‘공모준비단계부터 유지관리까지’ 통합관리…공모 변화에 참여율도 ‘쑥’

건축물의 품질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안은 ‘좋은 설계자’에게 설계를 맡기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에서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 따라 공공건축 설계비 1억 이상의 경우 공모를 의무 시행하고 있다. 본지는 전국 건축 설계공모 공정·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지자체·관계자를 찾아 보도한다. 지역건축물 관리, 소규모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설계공모 사례를 통해 지방소도시들이 벤치마킹할 사항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건축 설계공모’ 제도란 우수한 공공건축물 조성을 위해 가격입찰을 지양하고 경쟁을 통해 좋은 설계 공모안을 선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토교통 통계누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 지어지는 건축물 누적 총량 가운데 공공건축물은 전체의 3.1%(작년 기준) 약 23만동을 차지하며, 매년 새롭게 지어진 공공건축물은 약 6,000동이다. 대한건축사협회에 따르면 설계비 1억 이상 공공발주사업은 연평균 1,120건(교정 및 군사시설 등 제외)에 달한다.

설계공모는 공모시장 양대 축인 조달청과 LH를 비롯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226개 기초자치단체, 공기업별로 공고가 이뤄진다.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에 따라 절차와 방법 등 공모운영이 이뤄지지만, 사실 단체·기관별로 천차만별이다. 서울시와 같은 대도시의 경우는 공모시스템이 비교적 체계화돼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지방소도시의 경우는 그러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들은 공공건축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고, 설계공모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벤치마킹할 모범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을지, 지자체 공모 운영·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① 설계공모 전용 누리집, 디지털 심사, 공개심사(공모 전 과정 유튜브 방송, 참관) 도입해 개선

“현재 참여 건축사들의 부담을 줄이고 심사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심사, 도외 심사위원 참여 등 여러 방안을 시행 중입니다. 특히 공모사업 기획단계부터 시행단계·유지관리까지 민간전문가(건축사)가 조언·자문을 하며, 전반적인 통합관리를 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송용림 공공건축팀장은 도 설계공모 운영과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특히 건축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한 공모 기획과 실행 전 과정에서의 일관성 있는 관리체계를 강점으로 손꼽았다.

사실 제주도는 좋은 설계자를 선정하기 위한 방안으로, 설계공모 대상이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되기도 훨씬 이전인 2008년 4월부터 모든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공모방식을 적용했다. 제주도민들에게 좋은 건축물을 만들어 경험하게 해주려면 적정 예산편성·전문성을 갖춘 건축기획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설계자를 선정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3년 2월부터는 내부방침에 따라 연면적 1,650제곱미터 이상 또는 총사업비 30억 이상 사업에 대해 도내 건축부서에서 설계공모 업무를 대행해 추진했다. 2020년 2월부터는 제주 총괄·공공건축가 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이들 민간전문가 참여를 통한 공정한 심사 운영과 건축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설계공모 운영개선안을 마련했다.

▲설계공모 전문관 지정 및 기술검토 ▲설계공모 전용 누리집 오픈 ▲제출물 간소화 ▲공개심사(유튜브 방송)가 대표적이다. 심사위원 위촉도 이전까지는 도내 대학교수 중심으로 구성했으나, 심사위원 풀을 확대해 ▲5억 이하의 경우는 도외 2인·도내 3인으로, ▲5억 원을 넘는 경우 도외 3인·도내 4인으로 개선했다. 2020년 공공건축가 제도가 자리 잡은 이후부터는 도 공모사업 전반에 대한 자문·조정을 ‘공공건축가 운영협의체’에서 맡고 있다. 이를 통해 공모 전 과정의 통합관리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제주 설계공모 심사 모습
제주 설계공모 심사 모습

뿐만 아니라 도내 교육청(교육지원청) 공공건축물 건립사업 관련해 매년 5건 정도 공공건축가 자문·조정과 설계공모 운영을 대행·지원한다. 심사과정을 알 수 있도록 유튜브 실시간 중계를 통해 심사 전 과정도 공유·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2000년부터 작품접수율도 높아졌다. 이전과는 다르게 30개가 넘는 작품이 접수된 공모도 나오며 참여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그간 ▲참여자 부담 경감 ▲심사 공정성 확보를 위한 심사위원 풀 확대 ▲모든 심사과정 공개·정보공유 등 설계공모 프로세스를 꾸준히 개선한 결과다. ‘설계공모 개선→좋은 설계자 참여→좋은 설계안 채택’이라는 선순환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런 노력에도 참여자의 불만과 아쉬움은 있기 마련이다. 심사결과가 일방에겐 불공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송용림 제주특별자치도 공공건축팀장은 “그간의 개선 노력에도 공모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심사위원에 대한 불만의 말과 운영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력 있는 건축사들이 공공건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공모 과정 개선을 위한 참가자 피드백,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앞으로도 공모운영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공모 절차
설계공모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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