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최근 “옛 청주시청 본관동 철거, 이를 반영해 설계 재공모” 방침
오랜 시간 수많은 시민·전문가 참여·합의한 결과,
‘단체장 교체’에 한순간 없던 일? “전근대적·야만적 행태” 한목소리
“건축물 만들고 평가하는 전문가 전문성 일방적 훼손 안 돼”

왜색 시비, 문화재청에서도 가치 있다고 판단해 의견 전달
문화재청, ‘청주시 본관 철거 문화재청과 합의된 사안’ 청주시 주장에
“사실과 다르다”며 유감 표명도

몇 년에 걸쳐 수많은 시민·전문가가 참여해 선발한 건축 설계공모 당선작 설계안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단체장이 바뀌자 한순간 사업이 전면수정 백지화되는 일. 인구 85만 우리나라 비수도권 중 가장 큰 기초자치단체 ‘충청북도 청주시’, 서울과 맞닿은 ‘경기도 고양시’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이다.

충북 청주시가 민선 7기에 확정된 새 청사 건립사업을 전면 수정, 존치키로 했던 기존 본관동 철거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청주시 시민단체들은 “민·관 협치, 사회적 합의를 훼손해선 안 된다”며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지난 10월 19일에는 문화재청이 ‘청주시청사 본관 철거가 문화재청과 합의된 사안이라는 청주시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부동의’, 유감을 표명했다.

10월 24일 충북 청주시 새 청사 건립 논란과 관련해 ‘공공청사, 설계공모 이후 이대로 괜찮은가’ 좌담회가 건축사회관 2층 김순하홀에서 열렸다.
10월 24일 충북 청주시 새 청사 건립 논란과 관련해 ‘공공청사, 설계공모 이후 이대로 괜찮은가’ 좌담회가 건축사회관 2층 김순하홀에서 열렸다.

충북 청주시 새 청사 건립 논란과 관련해 ‘공공청사, 설계공모 이후 이대로 괜찮은가’ 좌담회가 10월 24일 건축사회관 2층 김순하홀에서 열렸다. 좌담회에는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 신춘규·조남호·박현진 건축사, 윤승현 중앙대 교수, 안창모 경기대 교수가 참석했다. 이날 좌담회에선 ▲오랜 기간 시민·전문가들과의 합의 끝에 공정·투명하게 운영된 국제설계공모 결과를 손쉽게 한순간 백지화하는 작금 ‘설계공모’의 현실 ▲문화재적 가치에 앞서 청사건립 당위성·소요예산 위주로 건축 문화유산 존치·철거 여부 결정 문제 ▲건축물을 만들고 평가하는 전문가 전문성에 대한 일방적 훼손에 대한 참석자들 간 심도 깊은 의견이 오갔다.

우선 참석자들 모두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참여해 합의한 결과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며, 단체장이 바뀌었다고 순간 백지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청사는 시민들이 주인이라 할 수 있음에도, 건축 문화유산 보존을 요구하고 나서는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단체장이 ‘시민 기억의 산물, 저장소’로서의 가치를 도외시한 채 문화유산 가치를 인정받은 기존 본관동을 철거하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왜색 논쟁에 대해서도 “근거 없다”고 반박했다.

충북 청주시가 2020년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선정한 신청사 조감도. 노르웨이의 스뇌헤타 건축사사무소 소속 로버트 그린우드의 작품이 당선됐다. “디자인적으로는 청주시의 자율적 행정통합을 이뤄낸 정체성을 담아내는 동시에, 공간적으로는 충분한 공공공간으로 시청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평을 받았다.
충북 청주시가 2020년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선정한 신청사 조감도. 노르웨이의 스뇌헤타 건축사사무소 소속 로버트 그린우드의 작품이 당선됐다. “디자인적으로는 청주시의 자율적 행정통합을 이뤄낸 정체성을 담아내는 동시에, 공간적으로는 충분한 공공공간으로 시청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평을 받았다.

청주시 새청사 국제설계공모도 과정 자체에 수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자부심이 깃들어 당선작 건물이 선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모 당시 40∼50개의 안을 검토해 ▲건물의 가치와 장소성 ▲시민들 활동성을 담아내는 부분까지 이미 검토가 이뤄진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이를 뒤엎고 재공모를 한다는 것은 결국 시민들·전문가의 판단이 한두 명 행정가의 의견으로 무시된 것이라는 비판이 좌담회에서 쏟아졌다.

청주시청 본관동. 고 강명구 건축사가 1965년 청주의 옛 이름 ‘주성’(배 모양 도시)에 착안해 선박 형태로 설계·건축했다. 개방성 등이 강조된 탈권위적 구조, 나선형 천장 등 미적 수준이 높다는 평을 받는다. 사진=청주시청
청주시청 본관동. 고 강명구 건축사가 1965년 청주의 옛 이름 ‘주성’(배 모양 도시)에 착안해 선박 형태로 설계·건축했다. 개방성 등이 강조된 탈권위적 구조, 나선형 천장 등 미적 수준이 높다는 평을 받는다. 사진=청주시청

또 본관동 왜색 논란에 대해선 “난간의 디테일, 옥탑 조형물은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건축어휘 중 하나다. 심지어 문화재청에서까지 문화유산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의견을 전달했는데 ‘왜색’이라는 어느 한 측면만을 부각시키는 건 문제가 있다. 만약 청주시에서 본관동이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직접 이름을 걸고 나서 문화재청이 어떤 부분에서 가치를 잘못 판단했는지를 조목조목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청주시는 새 청사 재공모와 함께 본관 철거 후 일부 복원, 사진·영상 촬영, 가상현실(VR) 콘텐츠 제작 등 기록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 근현대 건축문화유산 가치 논쟁 ▲단체장 교체에 따른 기존 설계공모 중단 문제 ▲그에 따른 건축전문가 전문성 훼손 문제가 얽혀 있는 이번 사안에 대한 자세한 좌담회 내용은 월간 건축사 11월 호에 게재된다.

*청주 새청사 건립 관련 기고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여러 의견에 대해 자유롭게 기고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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