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준 변호사
송봉준 변호사

건축사는 장사군(=상인)인가? 전문직역에 관하여 몇몇 같은 질문이 있고 이미 판례가 나온 전문가 집단도 있습니다. 의사가 장사군인가? 변호사는 장사군인가? 상인과 같은 뜻이지만, 왠지 한자어 상인이나 우리말인 장사군이라는 표현에는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약간은 곱지 않은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사실인데, 필자는 상인이나 장사군이라는 표현에 관하여 굳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자본주의의 공과 과, 그리고 자본주의가 이룩한 ‘부’라는 성과에 대하여도 다양하고 비판적인 시각이 있지만, 여기에 관한 논란은 별론으로 하고, 일단 근대에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래 현재의 성과를 이루기까지 바로 이 장사군들이 자본주의의 주역이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건축사가 상인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이는 단순히 건축사, 의사, 변호사가 장사군이냐라는 사회의 비판적 눈치를 받아내느냐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상인인 경우에는 여러 법률관계에서 일반 민법이 아니고 상법이 적용되어 이들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이들과 관계된 일반인들의 권리와 의무에 지대하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법률적인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우선 명확하게 질문과 그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있었던 의사와 변호사를 먼저 살펴보고, 이후 건축사에 대해 살펴보겠고, 분량상 몇 회 나누어 설명드리겠습니다.
변호사에 관하여 대법원은 “변호사의 영리추구 활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그 직무에 관하여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는 변호사법의 여러 규정에 비추어 보면, 위임인·위촉인과의 개별적 신뢰관계에 기초하여 개개 사건의 특성에 따라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활용하여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사무를 수행하는 변호사의 활동은, 간이·신속하고 외관을 중시하는 정형적인 영업활동을 벌이고, 자유로운 광고·선전활동을 통하여 영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며, 영업소의 설치 및 지배인 등 상업사용인의 선임, 익명조합, 대리상 등을 통하여 인적·물적 영업기반을 자유로이 확충하여 효율적인 방법으로 최대한의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허용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할 것이고, 변호사의 직무 관련 활동과 그로 인하여 형성된 법률관계에 대하여 상인의 영업활동 및 그로 인한 형성된 법률관계와 동일하게 상법을 적용하지 않으면 아니 될 특별한 사회경제적 필요 내지 요청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근래에 전문직업인의 직무 관련 활동이 점차 상업적 성향을 띠게 됨에 따라 사회적 인식도 일부 변화하여 변호사가 유상의 위임계약 등을 통하여 사실상 영리를 목적으로 그 직무를 행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생겨나고, 소득세법이 변호사의 직무수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수익을 같은 법 제19조 제1항 제11호가 규정하는 ‘사업서비스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으로 보아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정 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위에서 본 변호사법의 여러 규정과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변호사를 상법 제5조 제1항이 규정하는 ‘상인적 방법에 의하여 영업을 하는 자’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변호사는 의제상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라고 하면서 변호사는 상인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07. 7. 26.자 2006마334 결정)

다음, 의사에 관하여 보면, “의사의 영리추구 활동을 제한하고 직무에 관하여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며 의료행위를 보호하는 의료법의 여러 규정에 비추어 보면, 개별 사안에 따라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활용하여 진료 등을 행하는 의사의 활동은 간이·신속하고 외관을 중시하는 정형적인 영업활동, 자유로운 광고·선전을 통한 영업의 활성화 도모, 인적·물적 영업기반의 자유로운 확충을 통한 최대한의 효율적인 영리추구 허용 등을 특징으로 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할 것이다. 또한 의사의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형성된 법률관계에 대하여 상인의 영업활동 및 그로 인한 형성된 법률관계와 동일하게 상법을 적용하여야 할 특별한 사회경제적 필요 내지 요청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의료법의 여러 규정과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의사나 의료기관을 상법 제4조 또는 제5조 제1항이 규정하는 상인이라고 볼 수는 없고,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하여 갖는 급여, 수당, 퇴직금 등 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하여 의사 또한 상인이 아니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다200249 판결)

두 번째 의사에 관한 판례에서 보듯이 상인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단순히 체면이나 기분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상인이냐 아니냐에 따라 채권의 소멸시효가 달라지는 등 분명 매우 중대한 법률적 쟁점입니다. 그리고, 변호사, 의사 모두의 경우에 두 전문가 직무에 관하여 ‘공공성’ ‘윤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부분이 눈에 띄는데, 건축사의 직무는 어떠할까요? 건축사는 상인일까요 아닐까요? 다음 회에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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