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교수
이동흡 교수

우리나라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약칭 탄소중립기본법)’을 9월 25일부터 시행함으로 본격적인 2050 탄소중립 사회에 돌입했다. 세계에서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법제화한 14번째 국가가 되었다. 핵심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기로 하고, 2050년까지 실질 배출량 제로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이상기후로 건물관리에 소요되는 에너지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이것이 전력, 화석연료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건물부문은 에너지 먹는 하마로 지목되고 있다. 건축계는 향후 그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어진 목표 달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2018년 기준 국토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국내 건축물은 약 719만 동이다. 총 면적은 3,754백만 제곱미터로 주거용 47.2%, 상업용 21.7%, 공업용이 10.7%가 모두 에너지 관리 대상이다. 서울시를 예로 보면, 온실가스의 69%가 건물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 온실가스 배출 중 70%는 건물의 운영관리에서 배출되는 운영탄소이고, 나머지 30%를 체화탄소(embodied carbon)가 차지한다. 체화탄소는 건축 자재의 조달에서 가공, 수송, 건축, 해체라는 생애주기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말한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이후 운영탄소의 배출은 제로에너지와 같은 건물의 의무적 에너지 규제 등으로 줄어들겠지만, 체화탄소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고 건축 재료를 생산할 수도 시공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소 배출이 배려된 설계나 시공이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고 있다. 건물에서 배출량 순제로(net zero)를 달성하지 못한 체화탄소는 결국 잉여배출 잔량으로 남기 때문에 탄소 빚으로 되돌아온다. 잉여배출에 대한 부채는 탄소배출권이나 탄소상쇄 크레딧(carbon offset credits)을 구입해서 갚아야 한다.
 

건물에서 발생되는 탄소의 해결책
건물에서 발생되는 탄소의 해결책

탄소상쇄 크레딧이란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조림사업 등을 통해 이를 감축하고 상쇄를 인증 받는 사후 조치로 후불결재와 같은 처방이다. 그러나 목재는 질량의 50%가 탄소로 목재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하면서 체화탄소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지불이 필요하지 않거나 선불 결재를 마친 재료다. 목재에 저축된 탄소는 사용 수명을 다할 때까지 그 속에 고정된 상태로 남아있다. 그 고정기간을 최대로 연장하는 수단이 목조건축이다. 참고로 워싱턴대학의 탄소리더십포럼에서는 목재와 같은 저탄소 재료를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2-3년 내에 체화탄소 60%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1)

목조건축은 잉여 채화탄소의 부채를 갚아주는 효자다. 이제 건축계는 지불방법을 선불로 할 것인가, 후불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에너지 소비, 사회적 지속가능성, 생물 다양성, 기후변화 해결에 대한 관심이 ESG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목재는 ESG와 같은 윤리적인 투자의 미래를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 인간에게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긍정적인 건강을 챙겨주고 있다. 그러므로 목재는 건강의 명분과 탄소상쇄의 실리를 동시에 얻는 일거양득을 취할 수 있는 재료다. 우리는 긍정적 인류의 미래를 위해 탄소중립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국제사회는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경쟁을 하면서 이제 탄소중립은 국가의 품격이자 국가경쟁력을 가름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금후 반세기, 지구 최대 과제는 탈탄소라고 생각한다. 이미 세계 탄소 배출권 시장은 2020년 기준으로 320조원에 달할 정도로 탈탄소가 경제를 좌우하고 있다. 어쩌면 이 위기가 기회요인으로 건축계에 작용할 수도 있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한국형 탄소중립의 건축 미래를 지어 본다.

1) https://carbonleadershipforum.org/exploring-potential-carbon-storing-materi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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