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서울에서 3.3제곱미터당 1억 원은 부지기수다. 성수동이나 홍대 앞 같은 경우는 골목길도 억대를 오르내린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개발욕구를 자극시키며, 새로운 건축 행위를 증가시킨다.

당연히 우리 건축사들에겐 기회가 되며, 수많은 작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건축사에게 건축설계는 생계라 당연히 수입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한편으로 고민이 되고 있다. 건축사들의 작업 결과로 완성되는 건축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일으키며 토지·사업주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지만 설계비는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주차구획 하나 가격으로 건물 설계하는 꼴”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으니 더 할 말이 없는 셈이다.

건축사들의 건축설계 대가는 기준이 없다. 오래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설계비 기준을 담합으로 규정해 금지된 이후로 설계비의 상승률은 공사비 상승률에도 한참 못 미친다. 심지어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인 경우가 태반이다. 건축 설계산업의 선진화를 발목 잡는 가장 큰 요인은 자본축적에 의한 재투자가 어렵다는 점인데, 문제는 인건비나 기타 비용의 폭등으로 매출 자체가 낮아 자본 축적이 어렵고, 재투자 역시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공공건축의 설계대가의 상승은 고무적이다. 이와는 달리 민간건축 설계대가가 형편없는 수준이라 지적하는 것이다. 

건축사들은 현업에서 부동산 업계와 자주 만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각각의 보수·대가를 비교하게 되는데, 부동산 중개보수의 비율은 국가가 상한요율을 통해 보장해 주고 있다. 10억 원대 부동산을 거래시킬 경우 중개보수 요율은 0.9%로 매수자와 매도자로부터 각각 약 천만 원 정도 받는다. 주택을 설계할 때 10억 원대 사업의 경우 건축사들의 설계 대가는 천차만별이겠지만 중개보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부동산 중개보수의 경우 거래 신뢰도에 대한 위탁 책임을 지는 개념이다.

실제 노동 참여율 절대 시간을 비교해 보면 건축설계가 훨씬 많은 책임과 시간이 투입된다. 얻어지는 결과(대가)는 비슷한데, 국가가 규정한 책임과 범위는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건축설계는 부동산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많은 건축사들이 설계 대가를 현실화 해달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외면하고 있다. 경쟁주의를 표방하면서 전형적 수요자 우위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우리 사회는 어떤 이익을 얻게 될까?

건축사에게 강요하는 희생은 건축설계 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건축사 예비시험을 없애면서 설계 전문화를 유도하기 위해 5년제로 만들었다. 그런데 일부 대학에선 건축사사무소 취업이 단 몇 명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남들보다 1년을 더 다니는데, 가난한 건축사가 되기 위해 누가 그 길을 선택하겠는가? 우리 사회가 같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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