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준 변호사
송봉준 변호사

법률의 분야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법률 소비자인 국민들이 변호사 선택에 참조할 수 있게 엄격한 요건으로 심사하여 분야별 전문변호사를 인증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필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인정하는 ‘이혼전문 변호사’입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2022. 7. 19.자 대한건축사신문에 ‘이혼하면 재산을 지킬 수 있을까’라는 글을 올린 이후 여러 건축사님들로부터 이혼에 관한 각종 질문을 받은 바가 있어, 그 중 가장 관심이 많았던 재산분할청구에 관하여 추가적인 내용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을 한 당사자의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요즈음에는 반대의 경우도 많아졌지만,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 많은 경우에 가계를 위한 경제활동은 남성들이 하고 가정이 취득하는 재산도 남편 명의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어쨌거나 재산분할청구권은 그 반대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이니 남녀평등의 문제에서는 공평합니다.

부부 두 사람 중 한 사람(남편이건 아내이건)은 전업으로 가사를 돌보고, 나머지 한 사람만이 경제활동을 하는 이른바 ‘외벌이’ 부부에서, 부부가 이룩한 재산이 돈을 벌어온 사람만의 재산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런 경우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은 나머지 한 사람이 집에서 가사와 육아 등을 전담해 주었기 때문에 외부 경제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므로 결과적으로는 두 사람이 함께 돈을 번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중간에 시댁이나 친정으로부터의 상속이나 증여 등 특별히 재산이 증식되는 일이 없이 순수히 가정 경제활동만으로 이룬 재산은, 실무에서는, 혼인기간이 많지 않더라도 거의 예외 없이 각자의 몫은 50:5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남편 외벌이의 경우에도 아내의 기여도가 50%인데, 나아가 아내도 벌이가 있었다면 아내의 기여도는 50%+α가 되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역시 아내의 수입이 많건, 남편의 수입이 많건 그 비율을 따지지 않고, 부부가 공동으로, 같은 기여도 비율로 벌어들인 것으로 보게 됩니다.

심지어 혼인 전부터 시댁이나 친정으로부터 받은 재산이 있었거나, 혼인 중에 상속이나 증여가 있었던 경우에도, 혼인기간이 극히 짧거나 상속이나 증여가 있었던 때로부터 극히 짧은 기간이 지나기 전이면 모르되, 혼인기간이 3년 이상 정도 이상이거나(혼인 전에 가지고 있었던 재산의 경우), 상속이나 증여가 있은 때로부터 3년 정도 이상의 기간이 지나게 되면, 나머지 배우자도 상속을 받거나 증여를 받은 배우자가 그 상속받거나 증여받은 재산을 유지하는 것에 기여하였다는 이유로 일정 정도 기여도가 인정되고, 심지어 상속이나 증여가 있은 때로부터 10년 이상의 기간이 흐르면 (상속이나 증여받은 재산의 크기에 따라 그 유지의 기여도를 달리 보기는 하지만) 상당한 비율의 기여도를 인정받게 됩니다.

삼성그룹이나 SK그룹 등 결혼 전에 가지고 있던 주식이나 상속받은 재산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면 또 모르되, 웬만한 크기의 자산은 상속이나 증여가 있은 때로부터 15년 내지 20년 정도가 지나면 거의 50%에 가까운 기여도를 인정받게 됩니다.

가끔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남편이 결혼 전에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200억 원의 정기예금을 상속받은 상태에서 아내랑 결혼하였고, 혼인기간 동안 남편이건 아내건 상속받은 돈의 원금과 이자만으로 생활할 뿐 달리 경제활동을 한 바가 없으며, 혼인기간 동안 예금 원본마저 일부 까먹어서 20년이 지난 이후에는 100억 원만 남았다고 하는 상황에서, 서로 이혼하면서 아내가 재산분할을 청구하면, 남편은 “결혼하기 전부터 내가 가지고 있던 재산이니, 그 형성에 아내가 기여한 바도 없고, 혼인기간 중에 일부 까먹었으니 유지에 기여한 바도 없다”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법원은 “그렇지 않다. 형성에 기여한 바는 없다고 볼 수도 있으나, 20년 동안 그 유지에 기여한 것이다. 누가 아느냐, 아내가 없었다면 더 까먹고 30억 원만 남았을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하면서 남은 재산에 대해 거의 50%에 육박하는 기여도를 아내에게 인정하는 것입니다.

남편으로는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으나, 어쩌겠습니까. 부부라는 것이 일심동체로서 경제적으로도 하나의 공동체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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