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종합운동장 개발계획

서울시가 얼마 전 서울역 고가공원 계획이나 세운상가를 포함한 시내 27곳에 대한 ‘도심산업 재활성화’라는 거창한 계획을 발표하더니 이제는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추진계획’이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사업을 발표했다. 한강과 탄천을 포함한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의 94만8000㎡의 부지가 그 대상이라고 한다. 자세한 내용이야 후일 마스터플랜이 나오고 나서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의 계획 의도는 올림픽대로와 탄천로를 지하화해 지상 활용 공간을 넓힌 뒤 잠실 주경기장을 뺀 나머지 시설들을 전면 재배치하고 인근 코엑스 일대와 연계된 전시 및 컨벤션 시설 등을 새로 추가하겠다는 구상인 듯하다. 국제 현상설계를 통해 공모안을 선정한다고 하니 또 하나의 근사하고 새로운 그림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기는 하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현상설계에서는 ‘서울시의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도록 용적률과 높이 제한 없이 자유롭게, 코엑스-탄천-잠실운동장-한강의 적극적 연계가 이뤄지는 방안을 제안’(The Huffinton post/5월 1일)하는 것이 설계 조건이라 하니 설계하는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최적의 조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논조로 보면, 때면 때마다 건축사의 발목을 잡는 세세한 법규 또한 그리 큰 장애가 안 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또한 높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니 또 하나의 초고층 건물이 준비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옆에 공항이 있어도 전혀 아랑곳없이 이미 어마어마한 초고층의 롯데타워도 잘 올라가고 있는 판에 용적률 제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며 앞으로 옛 한전 부지에 지어질 또 하나의 초고층이 시동을 걸고 있는 시기에 그 사이에서 그나마 눈에라도 띌라치면 용적률과 높이를 미리부터 무한대로 풀어놓아야 할 것은 어찌 보면 지당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강’이라는 천혜의 조건도 최대한 이용해야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부가가치가 높은 차별적 계획이 가능할 것이다. 그래야 기존의 야구경기장을 굳이 현재와 유사하거나 조금 작은 2만5000석 안팎의 규모로 한강변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한강에 가까이 옮겨 짓겠다는 구상이 설득력 있을 터이니 말이다.

게다가 ‘자유롭게’란다. 물론 ‘서울시의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도록’이라는 조건이 달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자유롭다는 게 꼭 좋은 결과만을 보장할 수 있는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 그나저나 어디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경기장 건축물이야 거의 뻔 한 것이라고 본다면 역시 자유로운 발상을 위해서는 또 다른 시설이나 공간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인가. 경기장 시설 이외에도 그 주변에 전시 및 컨벤션 시설과 식물원, 공원, 광장 등을 추가해 복합 문화·여가 공간으로 재구성한다는 계획이 제시되고 있다. 결국은 리모델링과 재배치 및 신축이 어우러지는 대규모의 복합시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고, 롯데타워부터 앞으로 지어질 현대 타워 및 코엑스에 이르는 서울의 컨벤션 벨트이자 복합문화여가공간벨트가 또 하나 만들어지는 셈이다. 꼭 필요한지에 대한 타당성이나 왜 또 강남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검증은 했다손 치더라도 여전히 옥상옥의 느낌 지울 수 없는데 그런 논의야 어쨌든 간에 그렇지 않아도 땅값 비싼 송파, 강남지역은 참으로 좋아할 일이다.

생각해 보면, 한강을 끼고 있는 지역은 참으로 많은 정권을 거치면서 일종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누구 하나 안 건드리고 지나간 정권이 없었다. 노들섬부터 용산국제업무지구, 세빛 둥둥 섬 등 다양한 그림이나 계획이 이루어졌다. 그때마다 내 건 기치는 거의 동일하였다. 약간의 표현은 다를 지라도 결국은 모두가 서울시의 경쟁력 향상과 브랜드 가치 제고였다. 그러면서도 개발논리와 보존논리의 대립은 여전했으며 전시행정이라느니 실패한 토건사업이라느니 하는 낙인도 항상 그 뒤를 따라다녔다. 그런 한강변에 이번에도 여지없이 또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다.

‘총괄건축가’를 옆에 두고 계셔서인지 토건사업을 지양하겠다던 서울시장의 생각이 참으로 많이 바뀌기는 한 것일까. 반면교사를 버리고 청출어람을 선언하신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굳이 나쁜 일도 아닌데,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추진계획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2017년이라는 시기가 왜 계속 19대 총선과 오버랩 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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