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연구소장
김남국 연구소장

한국 기업 조직에서 매우 중요한 자원임에도 자주 그 중요성이 간과되는 요소가 있다. 바로 경영자의 정신 건강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 속에서 조직의 생존과 번영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경영자는 자주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한다. 
하지만 경영자의 정신 건강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 차원의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체로 각자 알아서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잘 못 내리거나, 돌출 발언 및 행동을 해서 조직을 위험에 빠뜨리는 소위 ‘CEO 리스크’가 한국 사회나 주식 시장을 강타하기도 한다. 사업 기반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스트레스 레벨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 기업에서는 CEO 리스크로 인해 조직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더 자주 발생한다.

CEO의 정신 건강을 위해 고려해야 할 개념이 있다. 바로 ‘적응기제(adjustment mechanism)’다. 적응기제는 하버드대의 성인발달 연구에서 나온 개념이다. 이 연구는 하버드를 졸업한 학생 가운데서도 최고의 지적 능력과 사교성 등을 갖추고 있어서 하버드대가 이런 학생을 가졌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할만한 268명의 인생을 무려 70년 동안 추적했다. 연구 결과, 30%정도는 매우 훌륭한 삶을 살았지만 30%는 실패한 삶을 살았다. 탁월한 재능과 사회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상당수가 실패한 삶을 살았던 이유는 바로 적응기제와 관련이 있었다.
 

CEO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CEO 리스크’로 발전할 수 있다. (사진=pixabay)
CEO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CEO 리스크’로 발전할 수 있다. (사진=pixabay)

어떤 삶을 살건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미성숙한 적응기제를 사용해 스트레스를 벗어나려 한다. 대표적인 미성숙한 적응기제는 합리화다. 포도를 따 먹는데 실패한 여우가 “너무 신 포도여서 맛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자신이나 조직이 직면한 문제를 회피하는 방식이다. 자신을 대단한 존재로 인식하고 환각이나 망상적 신념, 우월감을 기반으로 스트레스를 벗어나려 하는 ‘왜곡’도 미성숙한 적응기제다. 경쟁사나 부하직원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식의 남 탓 역시 미성숙한 적응기제다. 이런 적응기제는 상황을 호전시키지도 못하고 주변의 협력자들을 떠나가게 만들어 사업이나 인생의 실패를 불러온다.

성공한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성숙한 적응기제를 더 많이 활용한다. 이타주의가 대표적이다. 가정환경이 불우해 초등학교만 졸업한 CEO가 장학사업을 해서 열등감을 극복하는 것 같은 사례다. 현대 사회의 비극적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찰리 채플린처럼 유머도 매우 성숙한 적응기제다. 스트레스를 예술이나 스포츠 활동으로 극복하는 ‘승화’역시 성숙한 적응기제의 대표 사례다. 

CEO의 정신 건강은 조직의 명운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성숙한 적응기제를 사용해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하며 조직적 차원에서는 보다 체계적인 정신 건강 지원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