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경 건축사
류재경 건축사

신임 정부에서 통상 행하는 전임 정부 흔적 지우기로 보여지는 발표가 있었다. 보도 된 내용은 “대통령소속 위원회 20개 중 13개(65%)를 정리하는 방안이 잠정 확정됐다”는 것이다. 이어진 “작년 예산 기준으로 연간 최소 25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다”란 내용은 최선이 아니다.
사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20개 중 법률에 근거한 위원회는 17개로 존폐 권한은 국회가 갖고 있다. 그래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잠정 확정됐다’란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국건위)의 정리는 ‘불가하다’라고 생각하며, 신중한 판단을 촉구한다.

대통령실의 직속위원회 정리 판단 기준은 ▲부실, 형식적 운영 위원회 폐지 ▲부처 업무를 하는데 대통령 소속으로 돼 있는 경우 ▲기능·목표가 유사해 환경 변화에 따른 성격 조정 필요성이 있는 경우 ▲필요성 인정 시 최소한 유지, 나머지는 총리 소속 이관 등 4가지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한 발 더 나아가 국무총리 직속 60개, 정부 부처 소속 549개 등을 포함해 총 629개 위원회에 대한 존폐 여부도 따지기로 했다.

이번 직속 위원회에 대한 대대적 수술은 짐작컨대 본보기를 보이려는 것이 분명하다. 부처별 업무보고를 통해 한 번 더 옥석을 가릴 계획이지만, 일단은 현재 20개 중 7개(35%)만 남기고 폐지하거나 통폐합할 방침을 세운 것은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국건위’는 대한민국 미래도시의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고 관계 부처의 건축정책을 조정함으로써 범 부처 차원의 건축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존재한다. 건축기본법 제13조(국가건축정책위원회) 1항에 근거하여 발족됐고, 2009년부터 국회 보고와 정례적 대통령 보고를 해왔다. 여러 부처별로 분산된 건축분야의 주요 정책을 조정함으로써, 건축문화를 진흥하고 국토환경을 개선하여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안전하고 품격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국정운영을 자문한다.

기본법에 명시된 기본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는 건축이나 공간 환경 수준을 우리 경제수준이나 문화수준에 걸맞게 향상시킬 수가 없기에 ‘국건위’는 건축·도시·조경·디자인 등 전문 분야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과 함께 언론·법조계, 경제·부동산 분야의 전문가들까지 참여시켜 보다 폭 넓은 관점에서 다양한 정책을 검토하면서 ‘국민이 행복한 건축’을 위한 이슈를 도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건축물의 설계, 시공, 공사감리와 유지·관리 등과 관련된 건축법 및 그 관계 법령, 행정규칙 및 조례 등의 규정을 종합적으로 안내하고, 합리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건축물 관련 규정을 통합한 한국건축규정을 공고했다. 이 규정을 보면 건축허가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법령이 132개, 의제처리 법령이 29개, 추가확인이 필요한 법령이 234개로 건축 규모·종류에 따라 395개 법령이 검토, 충족돼야 한다. 심의·건축허가가 약 6개월 이상 걸리는 모순된 허가시스템 혁신을 위해서는 ‘국건위’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건위’의 핵심 운영가치는 ‘국민이 행복한 건축’을 공급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의 건축정책 패러다임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건축규제 투명화를 위한 소통 인프라로, 급변하는 메가트렌드에 대비하는 융합·통합의 주체로서 ‘미래건축포럼’ 운영 등을 주요 국정 과제로 활동하는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국토교통부와 국회를 조율하고 있는 까닭에 국회와 대통령실 보고에서 멀어진다면 국민소통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경제수준에 적합한 건축·도시공간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제도나 예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축주, 좋은 건축문화가 필요하다는 국민 인식전환이 필요하며 이는 공공기관인 ‘국건위’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건축주가 많아져야 우리 건축과 도시공간의 수준이 개선될 수 있다. 건축주란 공공이 발주처일 수도 있지만 우리 국민 개개인이기도 하다. ‘국건위’는 어린이, 일반 국민 등을 대상으로 건축문화에 대한 기초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정책 개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민행복, 경제 활성화, 통일한국을 위해 건축 분야가 추진해야 하는 최선의 방안을 찾고 이를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관련 학계, 업계, 정부, 지자체 그리고 국민들의 소통과 협력의 창구로 남아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