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사무소 당장 큰 피해 없지만 장기화 대응책 마련 분주
‘민간대가 지급보증’ 제도화 필요

공사가 멈춰버린 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공사가 멈춰버린 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원자재 가격 고공 행진이 멈출 줄 모르는 가운데, 그에 따른 건축산업에 미치는 여파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주요 원자재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시멘트의 생산 단가 30% 상당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의존도 70%에 달하는 러시아산 유연탄 공급이 급감한 탓이다.

대한무역협회에 따르면 주요 비철금속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알루미늄의 경우 올해 3월 톤당 가격이 3,878달러까지 상승하며 2021년 말 대비 38.2% 상승했다. 니켈은 올해 3월 톤당 가격이 45,795달러까지 2021년 말 대비 118.9% 상승했다. 

목재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4월 기준 제재목 뉴송의 경우 제곱미터당 국내 판매가격은 50만1,000원으로 올랐다. 전월비 9.9% 상승한 결과다. 작년 4월 제재목 관세청 통관 가격은 17만8,000원이었다. 

◆ 건축사사무소 설계비
   수금 지연 가능성 예의주시,
   건설사는 공사비 상승 압박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한 상품의 가격이 인상되면 그 가격 수요가 다른 상품 수요로 대체됨으로써 가격 상승 압력이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광범위한 가격 상승 여파로 수요를 대체할 상품이 사라진 형편이다.
건산연 관계자는 “2023~2024년에도 지난 5년과 비교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1차산품 수입비중은 18.4%다.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은 일본(16.6%)과 독일(8.2%)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최근 수입액이 증가하면서 2021년 12월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건축사사무소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매출액 900억 원대의 A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건축사사무소 입장에서 당장은 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운영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지는 않지만, 주요 사업이 주춤하거나 연기되는 상황으로 앞으로도 10~15% 이상 공사비 상승이 우려된다”고 했다.

실제 기존 5,930가구를 헐고 1만2,032가구를 새로 짓는 국내 최대 재건축 현장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공사 현장이 멈춰섰다. 전 조합이 맺은 5,600억 원 규모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현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갈등이 커지며 지난 4월 공사가 중단된 것.

B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착공 지연에 따른 설계비 등 수금 지연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대한건축사협회가 ‘민간대가 지급보증제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제도화된다면 일련의 상황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비수기 때 재고 비축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작년부터 원자재 수급 상황이 좋지 않았던 터라 가격상승 대안이 마땅치 않은 현실”이라며 “일정기간 공사를 멈추는 작업장도 생기고 있는데, 자잿값 고공행진이 장기화하면 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