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주 코닝 박물관에는 BC 14세기 이집트의 파라오 아멘호테프2세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4cm 크기의 정교한 유리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유리의 기원은 4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 아키드왕조 때로 보는데, 이 작품은 유리제조술이 이집트로 전수된 후 만들어진 초기작품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신라의 고분과 사찰에서 잔과 구슬 및 사리병이 발견되고 있으며 말장식인 운주雲珠·행엽杏葉에도 유리판을 금속판에 붙여 사용하기도 하였다. 일부 학자들은 경주부근 유리가마터와 제품 분석을 통해, 제조기술이 중국보다 앞섰으나 청자 백자 등 도자의 발달로 쇠퇴했다고 보고 있다. ▲유리가 건축에 사용된 것은 로마시대 교회로서 벽면에 석회석을 바른 후 그 위에 색깔 있는 돌이나 보석과 함께 모자이크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후 12세기부터 스테인드글래스가 교회창에 사용되었는데, 이는 빛과 색채의 예술로서 빛의 종교인 기독교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투명판유리는 중세시대부터 교회건축에 사용되었지만 크기가 보잘 것 없어 부분적이었고, 건축용 창문에 본격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19세기 중반 탱크가마에 의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부터이다. 이후 유리는 철, 시멘트와 함께 근대건축의 3대 재료가 되었으며, 초고층건축이 성행하는 현대건축에서는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요즈음 두 개의 유리건물이 세간의 화제이다. 하나는 미국 최초의 초대형 복음주의로 유명한 로버트 쉴러 목사의 크리스탈교회이다. 1980년 필립 존슨의 설계로 지어진 이 교회는 벽과 천장이 10,644장의 유리로 건축되어 그 특성을 유감없이 표현하고 있다. 1만여 명의 신도와 수많은 관광객들에도 불구하고 자녀상속으로 인한 불화가 결국 오렌지카운티천주교회로 재산권이 넘어가게 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 면이 9.8m, 정6면체인 뉴욕의 애플스토어이다. 원래 한 면에 15개씩 모두 90개의 유리판으로 조립되었었는데, 스티브 잡스가 한 면에 3개씩 모두 15쪽의 유리판으로 시원하게 바꾼 것이다. I·M 페이가 설계한 프랑스 루불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에서 영감을 얻어 660만불을 투자한 이 건물을 그는 보지 못하고 죽었는데, 최종 목표는 한 장의 유리로 한 면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주인이 바뀌거나 죽음을 맞아도 이런 유리 집들은 수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세계적인 명소가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며칠 전 모 신문에는 더워서 선풍기를 틀고 있는 모습과 추워서 두툼한 옷으로 무장한 성남시청사의 두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시작부터 말썽 많은 건물이었지만 동서남북 가리지 않는 커튼월 사용은 다른 청사들도 대부분 안고 있는 현실이다. 외형지상주의, 현상지상주의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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