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축문화대상이 올해로 20회째를 맞이한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은 20년을 거쳐 오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건축문화 창달,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 환경과의 조화 구현, 건축계의 유능한 후진 발굴 및 창작의욕 고취라는 본래의 목적에 나름대로 충실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참가자나 시상의 규모, 엄정하고 공정한 심사, 수상자에 대한 사회적 위상 등 다방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건축상 제도로 발전해 왔다고도 자부할 수 있다.

그 이면에는 좋은 건축물을 창작하기 위하여 고심하는 건축사들의 고뇌와 함께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시공사의 열정, 건축을 소유의 대상이기 이전에 문화로 받아들이는 건축주의 수준 높은 문화의식, 우수한 건축물을 찾아 바쁘신 중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심사에 임한 심사위원들, 건축문화대상의 발전을 위해 노심초사 애쓰고 있는 시행위원 및 관련 임직원 등 그동안 수많은 숨은 공로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한다.

금번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준공건축물부문 1차 심사 및 현장심사에 시행위원회 위원장으로 참여하면서, 장마철 장대비 속에서도 강원도 비무장지대부터 멀리 해남 땅 끝 마을까지 전국에 산재한 건축물을 돌아보며, 보다 훌륭한 작품을 선정하고자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점검하고 토론하는 심사위원들의 비장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열과 성을 다하여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건축사의 건축에 대한 열정과 건축사의 설계의도에 최대한 부합되도록 심혈을 기울인 시공사의 완벽시공 의지, 작품심사의 대상이 된 건축물에 살고 있는 건축주와 사용주민들의 커다란 자부심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후, 수상자에게 설계와 공사에 대한 의뢰가 늘어나고, 살고 있던 건물과 아파트의 가치가 상승하며, 단지 그 건축물의 건축주란 이유만으로도 유명세를 치루었다는 말까지 들을 수 있었다. 이는 곧 한국건축문화대상이 사회적, 국민적으로 건축사의 위상과 건축문화의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건축사와 건축주(국민), 시공사의 삼위일체가 바로 한국건축문화대상 발전의 원동력이자 우리나라 건축문화 발전의 근간이 되리라 생각된다.

한편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 시행에 있어서 몇 가지 아쉬운 점 또한 존재한다. 건축문화대상은 수상자를 비롯한 모든 건축인 들의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민, 관, 언론이 공동으로 주최함에 따른 몇 가지 한계가 있다. 그중 하나는 시상식에서 정부, 협회 등 주요 인사의 의전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정작 주인공인 수상자의 영광이 다소 퇴색되는 느낌이다. 또 하나는 특정 언론과의 공동주최로 인한 타 경쟁 언론의 소극적 보도에 따른 대국민 홍보부족을 들 수 있다. 이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이 전 국민의 공감과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건축대제전으로 발전하는데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극복해야 할 주요과제 중의 하나이다.

우수건축물과 그 작품을 설계한 수상자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는 곧 우리 건축사의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고, 국민의 건축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준공건축물 부문에 비하여 계획건축물 부문에 대한 배려는 다소 소외된 느낌이다. 건축계의 유능한 후진 발굴 및 창작의욕 고취라는 본래의 목적을 한층 더 살리기 위해서라도 계획건축물 부문에 대한 더 큰 배려가 있어야 하겠고, 이는 곧 우리 기성 건축인 들의 중요한 의무중 하나라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후원단체의 후원금에 의존한 예산체제의 변화 등 해결해야 할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이 올해로 성년을 맞았다. 건축도 이제는 문화시대에 맞게 성숙되어야 할 때이다. 그동안의 좋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층 더 매진해야함은 물론 기존의 관행에서 탈피하는 변화와 새로운 시도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연의 목적을 되살려 모든 국민이 건축사와 건축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건축인 뿐만 아니라 국민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명실공히 최고의 건축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한데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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