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불황의 여파로 두바이의 도시건설 신화가 빛을 잃어가지만 세계 최고층인 부르주 칼리파, 부풀은 돛대모양의 버즈 알 아랍호텔 그리고 지구의 6대주를 260여개 섬으로 표현한 더 월드와 야자수모양의 팜 아일랜드 인공섬은 지상에서나 공중에서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요즈음 들어 더 월드 인공 섬이 파도에 모래가 씻겨나가면서 가라앉는다는 구설수에 오르고는 있지만 참으로 신선한 아이디어이다. 이러한 인공섬은 쿠웨이트의 그린아일랜드처럼 78만m2가 넘는 초대형도 있지만, 해양주권을 위해 일본 본토에서 1,800km나 떨어진 태평양에 만든 더블베드 크기의 오키노도리사마도 있다. ▲인공 섬의 원조는 170여개의 운하와 400여개의 다리로 연결된 이태리의 선상도시 베네치아이다. 7세기 경 피난민들이 살기 위해 석호 속의 10여개 섬으로 이주한 후 110여개 인공섬을 500여년에 걸쳐 만들었다는데, 바다 밑에 통 말뚝을 촘촘히 박은 후 돌을 얹어 지반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말뚝을 이용한 선상가옥은 독일의 페데르호, 동남아 국가들 그리고 남미의 티티카카호수 등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우리네는 못을 파고 그 속에 섬을 만들고 집을 지었다. 경복궁의 경회루와 향원정이 대표적인 건물이며, 남원 광한루의 부속정자인 영호정도 있다. 이러한 역사는 신라시대 경주 안압지의 임해전지와 부여 궁남지에서도 볼 수 있는데 대체로 천원지방 즉 네모난 못에 둥근 섬을 만들어 우주를 표현 하였고, 사대부들도 이에 따라 못과 섬을 조성하였다. ▲올 봄 서울은 바다와 호수가 아닌 한강에 세빛둥둥섬을 만들었다. 여름 홍수와 겨울 갈수로 인해 수위의 고저차가 많은 강물에 건축을 하려하니 부동의 인공섬은 물 흐름에 방해가 될 것이기에, 이름대로 물 위에 둥둥 뜨는 ‘플로팅 아일랜드’를 만들었다. 이는 국제회의장, 공연전시장, 수상 레저시설이 있는 건물 세 동을 각각의 바지선 위에 건축하고 유연한 밧줄로 묶어 놓은 것으로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 그간 폐선을 부두에 묶어 놓고 선상호텔 등으로 개조한 예는 세계 도처에 많이 있었으나 이처럼 큰 규모를 강위에 띄워 놓고 건축한 예는 알지 못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 섬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다리가 부실해 화재가 났는데도 소방차가 접근을 못하고, 소방기준도 선박기준에 따랐다는 소문이다. 게다가 연임대료가 130억원으로 모피 쇼나 하는 등 서민들과는 무관한 건축이 되었다는 비판이다. 그나마 분쟁으로 개점도 못한 속빈강정이 되었다. 이래저래 뭇매를 맞으면서 건축의 문제점은 보완하겠다고 한다. 경영상의 문제 때문에 건축주의 지침서에 의거 설계한 건물이 지탄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세빛둥둥섬의 변화하는 야경은 오늘밤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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