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서양을 문화적으로 구분할 경우, 동양은 한국, 중국, 일본의 동아시아를 그리고 서양은 유럽과 그곳에서 이민한 북미주를 칭한다. 이들은 생김새뿐 아니라 사고방식과 행동에서 상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한국은 더 한 것 같다. 동양인은 연필을 깎을 때 밖으로 내깎는데 서양인은 안으로 당겨 깎는다. 톱질도 우리는 당길 때 썰는데 그들은 밀 때 썰게 되어있다. 숫자를 셀 때도 우리는 엄지부터 그들은 새끼손가락부터 시작하고, 거스름돈을 계산할 때도 우리는 빼서 계산하는데 그들은 더해서 계산한다. ▲ 건축에서도 주택의 경우, 그들은 공간을 밤과 낮의 활동공간으로 구분하여 침실과 주방, 거실로 양분하는데, 우리는 부모방과 자녀방 사이에 거실과 주방을 두는 격리 배치를 하고 있다. 지붕도 우리네는 완만한 곡선이지만 그들은 직선을 사용하고 있다. 정원도 그들은 기하학적으로 다듬어야하고 우리네는 자연에 가깝게 하며, 물도 동양은 폭포요 서양은 분수이다. ▲ ‘생각의 지도’에서 니스벳 교수는 이런 현상을 역사에서 찾고, 설문과 실험을 통하여 입증하였다. 유럽문화의 뿌리는 그리스인데, 이들이 정의하는 행복은 ‘제약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게 되었으며, 논쟁문화를 꽃피우게 하였다. 평민이 왕과도 논쟁할 수 있었으며 이를 위해선 새로운 지식, 특히 원리공부에 매진해야 했고 이는 하나이지 둘이 될 수 없었다. 이에 반하여 유교가 지배한 동양은 오륜(五倫)에서 말하는 군신· 부자 · 부부 · 장유 · 붕우의 관계 속에서 마땅히 지켜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는 관계적 존재나, ‘가족, 가문 등 집단에 속한 일개 구성원’으로 규정되었다. 하나 안에 음과 양, 선과 악이 함께하는 도(道)나 음양론 속에서 중용이 행동의 지표가 된 것이다. 이는 언어에도 나타나, 차를 마실 때 우리는 "더 마실래?(Drink more?)"라고 묻지만, 서양인들은 "차 더할래?(More tea?)"라고 한다. ▲ 서양은 either, or고, 동양은 both, and인데, 우리는 일상적인 언어에도 ‘나’란 주어가 생략되고, ‘나’ 대신 ‘우리’를 쓰며 술도 ‘서너병’을 주문한다. 이어령 선생은 이런 한국인이 ‘창조하는데 적격’이라고 한다. 그런데 랜드마크 건물은 계속 서양인들에게 가고, 최근 발주한 단군 이래 최대역사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설계자 17명 중에 ‘창조하는데 적격’인 한국건축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한국건축계는 2017 세계건축사대회를 유치하였다. 이 큰 잔치에 초대된 세계 100여개국의 건축사들에게 고궁이나 보여주고 말 것인가. 속 빈 잔치될까 벌써부터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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