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볼만은 인생을 소득 시스템에 따라 준비기, 활동기, 휴식기의 3계단으로 분류하였다. 에드워드 멘델슨의 ‘인생의 7계단’은 7편의 명작과 함께 탄생, 어린시절, 성장, 결혼, 사랑, 부모, 미래를 다뤘다. 이외수는 인생의 4계단을 관심, 이해, 존중, 헌신으로 하여 아름다운 글을 썼다. 평소 연습벌레요 성실한 삶을 살고 있는 프로골퍼 최경주도 ‘인생은 계단의 연속’이라며 욕심내지 말고 반드시 한 계단 씩 올라야 한다고 그의 생활철학을 토로했다. 이렇듯 계단은 거치지 않으면 오르거나 다다를 수 없기에 삶의 비유로 많이 쓰이고 있으며, 프랑스 건축사 에블린 페레크리스탱은 ‘계단 -건축의 변주’를, 임석재교수는 ‘계단 - 문명을 오르다’란 저서를 통해 계단을 통찰하고 있다. ▲계단은 수직으로 분리된 곳을 이어주는 것이 임무이나 인류사와 함께 다양한 모습으로 기능하였다. 하늘에 오르기 위해 바벨탑에 놓인 계단은 인간이 신과 같아지려는 욕망이고, 멕시코 아즈텍 문명의 태양신전 계단은 신을 위한 것이며, 야곱의 사다리는 하느님과 교통하는 이동계단이다. 자금성 태화전의 독립된 3개의 계단은 황제의 위엄을, 경복궁 근정전의 한곳에 만든 3개 계단은 약소국의 애환이 드러나 있다. 부산의 40계단은 한국전쟁 시 피란민들과 부두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려있지만, 어떤 계단은 연인들에게 추억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계단과 미끄럼틀이 함께 있는 곳엔 어린이들의 꿈이 영글고, 병원의 피아노계단은 건강을 되찾게 한다. 차도와 보도는 한 계단 차이로 생명을 보호하지만, 잠겨 진 비상계단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기도 하였다. ▲“이 발밑에 단단한 짐승은 무엇인가 / 꼿꼿한 등뼈를 자랑하며 앞발을 치켜들고 / 부동자세의 근본을 마스터한 짐승 / 누군가는 이 길을 따라 출세에 오르고 / 누군가는 이곳을 거쳐 퇴장도 했겠지. / 수많은 발들이 육중하게 오가도 / 끄덕 않는 선천성/ 난간을 레일삼아 층층이 달려가는 고속열차다 / 시간도 여기서는 힘을 보태며 / 생의 속도를 가늠해 보기도 한다.” 박일만은 ‘계단’을 삶의 통로로, 역사의 증인으로 표현하고 있다. ▲며칠 전 모 구청 지하에 주차하고 돌음계단을 오르다 보니 안쪽과 바깥의 계단너비가 같아서 비뚤어가게 되는 곤혹을 당했는데, 이런 예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뉴욕에선 자유의 여신상이,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오르기를 원하는 관람객이 많고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오늘부터 한 개뿐인 계단을 증설한다고 한다. 그들은 법을 떠나 편의와 안전을 위해 계단을 증설 하는데, 우리네는 법정계단조차 오류를 범하고 있다. 프로정신의 결여로 수많은 건축사들을 욕되게 하는 그들이 삶의 계단도 그리 오르지 않을까 염려스럽고,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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